군 생활을 봉사의 기회로 활용, 공부방 선생님을 자청한 전경대원들이 있어 제60회 '경찰의 날'을 맞아 화제가 되고 있다.
제주와 전혀 인연이 없는데도 이들은 농촌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열정을 바치며,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경찰상을 구현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해안경비단 127전경대 소속 이강일 상경(23)과 정호권 이경(21)은 남제주군 표선면 세화2리사무소 2층 도서관에 매주 월.수.금요일 2시간 동안 공부방을 열어 20여 명의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회와 과학을 담당하는 이 상경은 순한 '양' 같은 선생님으로, 영어와 산수를 지도하는 정 이경은 '호랑이' 선생님이다.
이들 선생님들의 특별 과외지도를 받는 가마 초등학교 학생들은 쑥쑥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3월, 4학년이 되면서 공부방을 찾기 시작한 전유리양(4학년)은 "무서운 선생님은 집중이 잘 돼 기억이 오래가고, 순한 선생님은 설명을 쉽게 해 줘 이해하기가 쉽다"고 웃어 보였다.
김현지양(4학년)은 "선생님보다는 큰오빠 같다"면서 "공부방이 매일 열렸으면 좋겠다"고 이틀에 한 번 열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들을 찾은 경찰의 날 이틀전인 19일 오후.
흐트러짐 없이 2시간 내내 책과 씨름하는 2명의 선생님과 16명의 초등학생들의 모습에서는 사뭇 진지함이 느껴졌다.
이 상경은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생활하면서 내 자신도 배우고 있다고 느낀다"며 "반갑게 맞이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말했다.
고참들의 업무를 물려받아 선생님이 된지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정 이경도 "공부방과 어린이들이 있어 보람찬 군 생활이 되고 있다"면서 "제대하는 날까지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다짐했다.
127전경대원들은 이 마을 어린이들을 위해 선생님이 되기로 한 것은 2001년 가을.
고참과 신참들의 업무를 교대하는 사이 벌써 4년이나 됐다.
이를 밑바탕으로 지금은 지역 주민들이 든든한 후원자다.
127전경대장 홍정민 경감은 "공부방 운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경찰상을 구현하는 계기가 됐다"며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대원들 또한 뿌듯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전경대에 부임한 홍 대장은 또 다른 대원 2명과 함께 중학생 6~7명도 가르치고 있다.
세화2리 안재욱 문고장은 "대원들은 어린이들을 위해 선생님을 자청하는가 하면 농번기 때 바쁜 일손도 도와주고 있다"면서 "대신 고향을 떠나 생활하는 이들에게 정을 나눠주는 등 서로 도움이 되며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