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주교가 “교육계는 4·3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전승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우일 주교는 지난 23일 제주도교육청 직장교육 ‘4·3의 통합적 의미를 찾아서’ 강연에서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근접한 곳에 있는 ‘홀로코스트 뮤지엄’을 방문했는데 인권과 존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부러웠다”며 “그 곳을 관람하면서 4·3유족들이 겪은 고통과 한을 밖의 시선으로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서두를 꺼냈다.
강 주교는 “70주년 4·3을 성찰하며 4·3을 현대사의 귀퉁이에서 일어난 일시적 비극으로 보는 데 그쳐선 안 된다”며 “비극에 대한 시시비비를 논하고 사회적 책임을 규명하는 것으로는 4·3의 역사적 의미를 소화하는데 부족하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5년과 1947년 사이에 6만명 넘는 사람들이 제주로 귀환했다. 그들은 일본 안에서 조선인으로 차별을 받아 가슴 속 울분이 컸다”며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일본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 해방을 염원하는 열망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 군정은 남한을 다스리면서 한국의 백성을 행복하게 살도록 다스린다는 의지와 목표를 처음부터 갖지 않아 도민들은 굶주렸고, 제주 치안을 맡은 민간 경찰도 일제 경찰로 일한 사람들을 그대로 채용하니 미군정에 대한 근원적 불신, 불만들이 굉장히 커졌다”고 부연했다.
강 주교는 “이후 벌어진 3·1절 대집회와 총파업 등을 연결하면 4·3은 한 시대의 우발적 사고가 아니었다”며 “4·3 희생자들은 인간의 존엄함과 평등, 생명의 가치를 더 빛내고 드러내기 위해 한 발자국을 더 크게 내딛은 순교적 행렬의 일원이었던 만큼 제주 교육계는 이 같은 관점에서 4·3을 이해하고 후세대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