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순례길 따라 <5> 천주교순례길 ‘신축화해길’‘고통’의 역사를 넘어 ‘화해’ 모색하다
제주 순례길 따라 <5> 천주교순례길 ‘신축화해길’‘고통’의 역사를 넘어 ‘화해’ 모색하다
  • 나철균 기자
  • 승인 2018.0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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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역사를 넘어 ‘화해’ 모색하다

1901년 신축교안 때 희생된 천주교인들 궤적 뒤따른 코스
황사평성지~중앙성당 코스로 이어지는 다섯번째 순례길

‘신축화해길’은 아픔을 담고 있는 경건한 순례길이다. 제주 근현대사의 아픔인 4·3과 신축교안의 역사적인 상처를 담고 있다.

첫 출발지인 황사평성지는 1901년 신축교안 때 희생된 천주교 신자들이 묻혀있는 곳이다. 당시 희생자들 중 연고가 없는 이들이 합장된 곳이 바로 이곳 황사평으로 천주교 제주교구는 이곳을 무명 순교자 성지로 성역화 했다.

▲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온 성지순례객들이 황사평성지를 둘러보고 있다.

1886년 한불조약을 계기로 100여년에 걸친 천주교 박해정책은 끝이 났지만 지방에서는 소규모 박해사건들이 반발하는데 그 중 하나가 1901년 신축년에 발발한 제주도 교난사건으로 700여명의 교우를 포함해 모두 900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22일 취재를 위해 찾은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성지순례를 온 박인순(
72) 할머니는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인데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너무 영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희생됐던 분들이 너무 많이 묻혀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신축화해길은 황사평성지에서 시작해 화북포구, 화북진성, 해신사 ~ 곤을동 별도천 ~ 별도봉 ~ 김만덕묘 ~ 관덕정 ~  중앙성당으로 이어지는 10.8km 코스다.

▲ 사라봉 기슭에 위치한 김만덕의 묘에는 훗날 추사 김정희가 김만덕의 선행을 듣고 쓴 ‘은광연세(恩光衍世)’가 써 있는 석각이 있다.

제주의 천주교 신자들이 겪어야 했던 궤적을 거슬러 가는 순례길로 이 길을 통해 만나게 되는 각종 문화재, 바다와 어우러져 비경을 선사하는 별도봉 산책길 등은 고통의 역사를 넘어 화해를 모색하게 한다.

특히 사라봉 기슭에 위치한 김만덕의 묘에는 훗날 추사 김정희가 김만덕의 선행을 듣고 쓴 ‘은덕의 빛이 세상에 흐른다’라는 뜻의 ‘은광연세(恩光衍世)’가 써 있는 석각이 있고 그 앞으로는 김만덕 기념탑이 자리잡고 있다.

김만덕, 정난주, 김정희, 김대건, 김기량 등 순례길과 관련된 이들이 모두 같은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임을 생각할 때 자못 고개가 숙여진다.

▲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하고 있는 중앙성당 전경.

이 순례길의 마지막에는 중앙성당이 있다.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하고 있는 중앙성당은 제주교구의 주교좌 성당이자 최초의 본당으로 1899년 4월에 설립됐다.

중앙성당은 몇 번의 변화 과정을 거쳐 현재의 성전모습을 맞았다. 지금의 성전은 1997년 기공돼 1999년에 완공된 성전으로 본당 설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 성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당시 외환위기를 맞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교우들의 봉헌과 도민, 외지인들의 도움으로 완공됐다.

이처럼 신축화해길은 천주교 역사의 고통을 알아가는 길이지만 결국 그 고통의 역사를 넘어 화해의 역사로 나아가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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