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역사현장 북초 자체적으로 도민대상 행사 마련해 눈길
70년 전 ‘3·1절 기념식’ 발포서 사망한 6명중 1명 북초 학생
‘돌부리에 채이며 신작로를 달리는 낡은 버스의 앞 유리창 너머로 바다를 향해 깎아지른 듯 서 있는 사라봉 언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설 ‘화산도’ 첫 부분)
여전히 음지에 머물러 있던 제주4·3을 일생을 통해 문학으로 환기시켜온 재일제주인 김석범 씨가 내달 4일 제주를 찾는다.
그는 제주북초등학교(교장 박희순)와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이 마련한 제주4·3 70주년 특별강연 섭외 요청에 “제주북초등학교에서라면 직접 가서 달라진 모습을 보고 싶다”며 기꺼이 응했다.
올해 93세인 김석범 작가는 모친의 뱃속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1925년 오사카에서 출생했다. 제주에서 밀항해 온 친척을 통해 제주 민중의 참혹한 학살 소식을 접한 이후 4·3사건의 문학적 형상화에 평생을 바쳤다.
32세였던 1957년 ‘간수 박 서방’과 ‘까마귀의 죽음’을 시작으로, 1976년에는 필생의 역작 ‘문학계’에 ‘화산도’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화산도’는 긴 시간을 지나 2015년에야 국내 완역 출간된다.
그는 한국어판 ‘화산도’ 서문 등에서 “내 조국의 ‘남’이나 ‘북’ 어느 한쪽 땅에서 살았으면 도저히 쓸 수 없었던 작품들”이라며 “ 때문에 내 문학은 망명문학의 성격을 띤다”고 가혹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말한 바 있다.
이번 특강은 이례적으로 일선 학교인 제주북초등학교가 추진한다.
제주북초는 4·3 발발의 도화선이 된 3·1절 기념식 발포사건과 뒤이은 3·10 도민 총파업 등 ‘4·3’이라는 이름으로 7년간 제주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에서 늘 가까이 있었다. 3·1절 기념식 발포 사건 때 사망한 6명 중에는 당시 북초 5학년이던 허두용(15) 군도 끼어 있었다.
오는 4월 4일 오후 4시에 열리는 이번 특별강연에서는 김석범 작가가 4·3을 주제로 도민들과 깊이 있는 대화에 나선다.
박희순 제주북초 교장은 “제주북초가 4·3에서 의미 있는 학교인 만큼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조심스럽게 요청을 드렸는데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의 삶 자체가 잊혀져간 재일제주인의 삶이 아니겠느냐”며 “이번 강연에서 4·3과 제주, 교육이 나아갈 길을 분명히 알려줄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노 작가가 연로한 점을 들어 사전 질의를 받고 있다. 희망하는 도민은 교육청 홈페이지에 질문을 남기면 된다. 이 자리에는 이석문 제주 교육감과 문학평론가 김동현씨가 동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