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미술계의 오랜 숙원인 도립미술관 건립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그 큰 그림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가 제주시 연동 ‘신비의 도로’ 인근 공공용지 3만9759㎡(1만2000평)가 도립미술관 건립 부지로 확정됨에 따라 오는 2008년까지 200억 원(국고 보조 30%)을 들여 문화관광부의 민간자본유치(BTL) 사업으로 도립미술관을 건립키로 했기 때문.
제주도는 이를 위해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BTL 사업 타당성 조사와 사업기본계획 수립 용역 계약을 한 데 이어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한 타당성 용역도 발주 중인데, 내년 상반기 안에는 사업시행자를 지정, 미술관 건립 공사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미술관이란 미술품의 수집과 보존, 연구와 해석은 물론 대중의 문화향수권 신장을 위해 다양한 유형의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사회교육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 미술관은 대외적으로 국가나 지역의 위신을 세우는 상징적 도구가 될 뿐 아니라, 관광산업의 틀을 짜기에도 좋은 재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국제자유도시로서 세계인이 오가는 제주에 아직까지 공공미술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라도 미술관 건립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도립미술관은 건립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미술관의 역할이 전시기획에만 머물러서는 반쪽 미술관이 될 수밖에 없다. 소장품의 확보와 연구사업도 중요하며, 최근 새롭게 요구되는 미술관의 역할 가운데 하나인 보다 편안한 휴식장소 제공이라는 기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궁극적인 명제는 도민 대중의 품에 안기는 미술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도립미술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대중의 호응이 절대적임을 알아야 한다. 소수의 전문가를 위한 미술관은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