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도 ‘성폭력’ 경각심 높아져
제주서도 ‘성폭력’ 경각심 높아져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8.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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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대학가·직장 등 곳곳서 화두로 자리잡아
“지역내 상담건수 증가 추세…안전지대 아니”

성폭력 피해사실을 외부로 알리는 ‘미투’(me too) 움직임이 각계로 확산되면서 일상은 물론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까지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학교, 대학가, 직장 등 곳곳에서 지속적인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도민들은 이번 파란을 계기로 구성원들이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서로가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신학기를 맞은 대학가에서는 학생·교수할 것이 모두에게 ‘미투’가 중요 대화 소재가 되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님들이 첫 강에서 교과 소개보다 미투 얘기를 먼저 꺼내신다”며 “자신들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말씀을 주로 하신다”고 새학기 풍경을 전했다.

제주대학교에서는 ‘미투’ 열기가 불기 전인 지난해 이미 두 교수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 신임 총장이 취임식도 하기 전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고, 지난 2~3월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두 교수를 각각 수업에서 배제시켰다.

일부 대학생들은 “크고 작은 성폭력은 일상에서 너무 평범한 모습으로 존재해왔다”며 “개선을 논하기 전에 피해 아픔에 대한 공감과 공유가 아직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개강파티나 MT 등 신학기 술자리를 간소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최근에는 제주지역에서도 SNS나 온라인 카페를 통해 학창시절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힘들었다는 여성들의 경험담이 올라오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지만, 도민들이 주로 가입한 카페로 여러 활동을 통해 신분이 드러날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제주에서도 용기를 내는 일반인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미투 운동이 피해자들에게 오래 상처를 남기고, 가해자들의 삶에도 일순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목도되면서 성폭력 문제에 경각심을 갖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많은 도내 직장인 남성들은 “스스로도 성폭력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낡은 성 관념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투 열풍 이후 성폭력 상담기관에 걸려오는 전화가 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린다.

도내 일부 상담사들은 “제주는 최근 몇 년간 성폭력 상담이 늘고 있는 추세였다”며 “미투 운동 이후 따로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최근 상담이 많아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제주여성인권연대의 연간 상담 현황 중 성폭력 상담 건수는 2015년 729건, 2016년 931건, 2017년 1061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여성긴급전화 1366 제주센터의 성폭력 상담건수도 2016년 236건에서 2017년 567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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