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그녀들을 응원한다”
“82년생 김지영, 그녀들을 응원한다”
  • 부서연 제주YWCA 사무총장
  • 승인 2018.0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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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乙)의 고발’ 미투 사회 치부 드러내
여성들 또 다른 ‘빵과 장미’ 운동 전개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여성이다. 자신을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대학시절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이유로 ‘씹다버린 껌’이 돼버렸다.

취업 면접 자리에선 성희롱에 가까운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이야기는 ‘옷차림 때문에’ ‘위험한 길, 위험한 시간, 위험한 사람은 알아서 피하라’였다. 누구도 불안해하는 그녀를 위로하거나 보호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내용이다. 이 소설은 대한민국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담고 있다.

얼마 전, 성추행피해를 밝힌 현직 여검사의 용기 있는 외침 이후 권력 구조의 최하위에 있던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들이 이어지며 미투(#Me Too:나도 성폭력 피해자다) 운동이 사회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시인부터 연극계·방송계·대학교수와 성직자, 급기야 유력한 대권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현직 도지사가 성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면서 대한민국은 충격과 분노를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유명 영화 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폭력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성폭력 피해에 노출되어 있는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피해경험을 SNS의 해시태그(#MeToo)를 통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이후, 수많은 여성들이 피해 경험을 밝히며 미투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그동안 수면 아래 감춰왔던 성폭력 피해를 침묵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여성들의 의지이다.

피해사실을 공론화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여검사의 고백은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의 최고 권력집단인 검찰에서 검사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직 내에서는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게 용기 있게 전한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는 권력 구조 안에서 ‘을(乙)’이 될 수밖에 없던 여성들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끌고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권력 구조 관계에서 이뤄졌던 성폭력 피해 사례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게 되었다.

혹자는 “왜 일찍 이야기하지 않고 이제 와서 이야기하느냐” 묻는다. 대답은 ‘이제 와서’가 아니라 미투 이후 사회에서 들어주기 시작하니까 ‘이제 겨우’ 제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여성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사실을 고발해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가해자가 일반인이면 폭로를 해도 주목받지 못했다. 조직 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해자를 처벌하기 보다는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로 피해사실 축소에 급급했다.

오히려 피해자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되기도 했다. “너의 옷차림 때문에” “너의 행동이 조신하지 못해서’라며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사회분위기 역시 가해자들의 이런 행동을 가능케 했다.

1908년 미국의 1만5000여 여성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달라”고 외치며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권 등을 위해 일어섰다. 그 결과 ‘3·8 세계 여성의 날’이 지정됐다.

바로 오늘이다. 그리고 110년이 흐른 지금, 여성들은 성폭력과 양성평등이라는 해결해야할 과제 앞에 또 다른 ‘빵과 장미’를 위한 미투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3·8 세계여성의 날, 우리사회 최대 화두인 ‘미투 운동’을 계기로 타인의 성을 권력으로 휘두를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하고 조직 내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권력의 문제라는 인식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힘겹게 피해사실을 밝히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 ‘82년생 김지영’ 그녀들의 외침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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