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목축문화유산 제주의 잣성
무너지는 목축문화유산 제주의 잣성
  • 고재원 제주문화유산연구원장
  • 승인 2018.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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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목장 조성 말 키우려 축조
최근 지역별 보존 노력 등 계속돼야

 

 

최근 각종 인위적인 개발로 인해 제주의 자연 풍광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제주로 밀려드는 유입인구 뿐만 아니라 1000만이 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자동차도 많아지고 시내에 진입하는 도로사정도 만만치 않다. 제주의 중산간 마을이나 주변 환경도 개발로 인해 시시각각 바뀌어 나가고 있다.

제주의 중산간에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잣성이 산재해 있다. 제주의 목축문화의 산실인 잣성은 조선시대 ‘세종실록’에 처음 등장하는데 단종2년(1454년) 고득종의 건의로 축조되기 시작했다.

지금의 하잣성·중잣성·상잣성은 제주도 중산간에 둘레길처럼 휘감고 있다. 제주도는 조선시대 국영목장이었다. 조정은 제주섬을 10개의 목장으로 나누어 말들을 관리했다.

구좌지역을 1소장으로 하여 서쪽으로 돌면서 10소장의 명칭이 부여되고 각 소장 사이에 간장을 뒀다. 1860년에 제작된 ‘목장도형’ 고지도 자료를 보면 각 소장의 규모, 목자와 말의 수량이 기록돼 있다.

제주시지역의 4소장인 경우 동서 18리, 남북 15리, 말 128필, 목자 9명이라 쓰여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 제주도의 목장관리는 철저했음을 알 수 있다. 말을 잡아먹거나, 도둑질 한 사람은 중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심지어 제주도에서 추방하기도 했다.

잣성은 말을 효율적으로 키우기 위해 만들었는데 위치에 따라 용도가 조금씩 다르다. 가장 해안가에 설치된 하잣성의 경우 농작물의 피해를 막을 목적이 컸다. 반면 한라산 중턱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상잣성은 말이 산간 숲 지역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유실방지를 목적으로 축조된 것으로 판단된다.

잣성은 높이 1~1.5m 내외로 쌓았는데, 겹담 혹은 외담, 그리고 잣담의 형태로 만들었다. 이러한 잣성은 일제시대부터 마을공동목장의 경계로도 일부 사용됐다고 한다.

2000년대에 발행된 ‘문화유적분포지도’에도 잣성이 표시돼 있다. 하지만 표시 없는 지역도 많다. 이는 실태조사가 덜된 탓도 있지만, 다른 이유로 인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현대에 들어 목초지와 농경지 개간과 감귤과수원 조성, 농로길과 일반도로 개설, 골프장 건설, 대규모 공원 공사 등으로 사라졌다.

문제는 최근 개발붐으로 파괴의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잣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중산간지대의 주택개발, 타운하우스 등 소규모 단지가 조성되면서 잣성이 잘려나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허가 관청인 행정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유적지도에 표시된 지역은 문화재영향검토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표기가 없는 지역은 관심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아울러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중장비가 지나가는 진입로를 확보하면서도 파괴된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잘 남아 있는 잣성 구간은 시급히 문화재 지정 혹은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 구간에 대한 보존대책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파괴는 순간이다. 파괴 뒤에 후회하면 늦다. 더욱이 잣성을 복원하려 하지도 않겠지만 파괴됐다가 복원된 것은 ‘오리지널’만 못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잣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존에 대한 자구 노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만들기 혹은 농촌마을개발사업을 통해 문화자원에 대한 자긍심과 활용할 가치를 찾으면서 표선면 가시리, 녹고뫼권역(애월읍 장전·유수암·소길리), 남원읍 수망리 등에서는 마을 자체적으로 보존 뿐만 아니라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잣성을 보존해 탐방길 혹은 답사코스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홍보 및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곶자왈지역 탐방로에도 심심찮게 잣성이라는 표지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 잣성에 대한 보존 및 활용은 우리가 해나가야 할 몫이다. 이는 조상은 물론 후손에 대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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