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르르 시끌벅적 마을이 살아나고 있어요”
“꺄르르 시끌벅적 마을이 살아나고 있어요”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8.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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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럭초 전교생 17명에서 108명 ‘본교’ 승격
주민도 300→800명…학교·주민 노력 결실

전교생 17명까지 떨어졌던 더럭초, 2일 본교 승격
200명까지 전망, 마을 살리기 학교-주민 노력 결실

아침 하늘이 유난히 푸르렀던 지난 2일, 더럭초등학교 운동장 위로 길이가 50m에 달하는 긴 축하연이 날렸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신입생 19명의 입학식이면서, 애월초 더럭분교장이 22년만에 더럭초등학교로 승격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2009년 전교생이 17명까지 떨어졌던 애월초 더럭분교장은 지난해 97명까지 늘어나며 본교로 승격됐다. 젊은이들이 떠났던 마을에 하나둘 아이들이 들어와 분교가 본교로 성큼 확장된 것은 해안초, 도평초에 이어 세 번째다.

더럭초는 1979년 전교생이 358명에 달했지만 1996년 46명으로 급감했다. 주민들은 분교와 폐교(애월초 통폐합)를 놓고 고민하다 언젠가 다시 학생이 늘 것을 기대하며 분교를 택했다.

1999년에는 졸업생이 1명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2010년이 넘어가면서 마을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가리를 중심으로 학교 살리기를 위한 공동주택 임대사업(연화주택)이 추진됐다. 이 무렵 무지개색 페인트를 칠한 작고 아담한 학교의 모습이 삼성전자 TV광고로 소개되면서 일약 관광명소가 됐다.

여기에 이주 열풍이 몰아치면서 제주시에서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상, 하가리에 입주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300명이던 하가리 주민 수는 이제 8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마을과 학교가 본교에 자신감을 드러냈던 것은 단순한 주민 증가 때문은 아니었다. 시골이 좋아 마을로 들어선 사람들은 금방 떠나가지만 마을이 지은 공동주택에 둥지를 튼 가족들은 오래 머물며 학교와 마을을 함께 가꾸는 일등 주민이 됐다.

주민들은 공사 중인 80가구 공동주택이 완성되면 현재 108명인 재학생이 조만간 200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승격 기념식에서 만난 장봉길 하가리장은 “공동주택을 임대할 때 저렴하게 집을 제공하는 대신 부부가 함께 살면서 아이가 셋 이상 있는 건강한 가족을 선별했다”며 “마을이 있어야 학교가 살고,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는 이치를 우리는 잘 알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날 승격식에는 이석문 제주 교육감과 고태민, 박규헌, 강성균 등 지역 의원을 포함해 마을 이장, 노인회, 학교운영위원회 관계자 등 마을 주민들이 다수 자리했다.

올해 셋째 아이가 1학년에 입학한 장명희씨는 “분교 때에도 좋았지만 승격되는 해에 아이가 입학하게 돼 더 의미가 남다르다”며 “아이 셋이 모두 이 학교에 다니는데 친구가 많아지니 좋아한다.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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