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와 감귤산업 ‘각곡유목(刻鵠類鶩)’
FTA와 감귤산업 ‘각곡유목(刻鵠類鶩)’
  • 현우범 제주특별자치도 농수축경제위원장
  • 승인 20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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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계절관세 철폐로 ‘감귤 비상’
기존 계획 안주 말고 많은 고민 필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 등 통상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 농식품의 수입액은 총 335억 달러에 이른다. 이 중 85%인 286억 달러가 FTA 체결국으로부터 수입됐고, 미국산이 2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품목이 바로 미국산 오렌지다. 2012년 한미 FTA 발효에 따라 지난 6년간 연평균 14만t의 생과와 9526t의 농축액이 수입되면서 제주의 감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올해부터 자유무역협정 연차 이행으로 미국산 오렌지에 대한 계절관세가 철폐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진 제주 감귤의 출하시기를 고려, 9월부터 익년 2월까지 수입 오렌지에 대해 부과되던 50%의 관세가 사라지면서 무차별적인 오렌지 수입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FTA로 인한 농업인들의 피해를 지원해주기 위한 제도들도 중단될 예정으로 앞으로 발생하게 되는 FTA 피해에 심히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정부에서는 1차 산업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원 대책을 약속하면서 FTA에 따른 대책으로 피해보전 직불제와 폐업지원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FTA 이행으로 수입량이 급격히 증가해 가격하락의 피해를 입은 품목 생산자에게 가격하락의 일정부분을 지원해주는 피해보전 직불제는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심각한 피해로 인해 폐업을 유도하는 FTA 폐업지원제의 경우에도 한·중 FTA 발효 일부터 5년간만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2020년이면 일몰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하고 있는 기금사업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본다. 감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FTA 기금사업의 핵심은 ‘감귤비가림하우스 지원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제주 과수산업 발전계획을 토대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감귤 시설재배 면적을 5000㏊로, 이 중 만감류는 3000㏊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감귤 시설하우스 면적은 3881㏊, 만감류는 2261㏊로 각각 목표의 77.6%와 75.3% 수준으로 2022년까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만감류의 경우 2012년부터 매년 4.9%씩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 협상 발효 이후 매년 생산량이 7.4% 증가하고 있는데, 조수입은 매년 1.1%만 증가하고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는 품질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생산량 증가가 만감류의 수익성이 떨어트리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개정돼 시행하고 있는 감귤조례는 의회와 집행부, 생산자들의 열띤 토론과 협의를 통해 만들어 졌다. 조례 개정을 통해 맛을 기준으로 하는 감귤 유통이 시작됐고, 공간정보 활용 감귤 기본통계시스템 도입 등 감귤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있었고, 노지감귤 가격도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산 오렌지의 계절관세 철폐와 관련 정책의 일몰, 만감류의 가격하락 등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사항들이 많다. 특히, 만감류 재배면적에 대한 목표의 적정성 여부는 반드시 검토 돼야 할 사항이다.

중국의 4대 역사서 중 하나로 평가받는 후한서에는 ‘각곡유목(刻鵠類鶩)’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고니를 새기려다 실패해도 집오리와 비슷하게는 된다는 뜻으로 완전하지 않더라도 노력을 통해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중앙정부의 대책과 기존계획에만 안주하지 말고, 최소한 감귤산업 만큼은 생산 환경과 소비시장 변화 등을 고려한 기존계획의 검토와 다양한 정책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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