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애로 건강·경제 외에 고독함도
어르신 아이 돌보며 외로움도 예방
세계는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과학기술 및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UN에서 정의한 것처럼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시대다. 이는 인간이 노인으로 살아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65세 이상=노인’이라는 등식이 변화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젊은 어른’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로 노년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관련 정책들이 변해야할 이유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승한 박사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제주지역 노인들은 생활에 가장 어려운 점으로 ‘건강 문제’ ‘생활비 부족’ ‘일 없어 집에만 있기’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일’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는 노년기라서 당연히 겪을 건강과 경제적 문제 외에 외로움과 고독함이 행복감을 감소시키는 요인임을 방증한다.
제주도 2018년 복지예산 1조원시대를 맞으면서 다양한 복지정책을 발굴하고 있으나 모두를 만족시키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기존의 복지시설을 활용하면서 노년기의 행복감을 확대하고, 나아가 다양한 대상의 복지를 동반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해 본다.
경로당은 고령사회에서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을 영위해 나가는데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노인복지법에 의거, 지역 혹은 마을마다 건립돼 있으며 2017년 말 현재 도내엔 총 431개(제주시 287개·서귀포시 144개)가 운영 중이며, 4만6652명이 이용하고 있다. 노인여가복지시설로 가장 일반화된 인프라인 경로당만 잘 활용해도 노인복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일본 아키타시의 복지복합시설 ‘웨르뷰이즈미’엔 고령자시설·아동시설·장애인시설이 한 건물에 있다. 1층에는 어린이집, 2층에는 노인데이서비스센터와 장애인 복지서비스센터, 3층에는 노인 생활지원하우스가 위치해 있다.
생활지원하우스에는 60세 이상 혼자서 생활이 가능하지만 개인생활, 금전관리가 가능한 홀로 사는 노인이 입주해 있다. 생활지원하우스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위탁한 아키타시 장수복지과에 신청을 해야 하며, 주거비는 소득에 따라 달라지며 현재 거주자 중 80% 정도가 7000엔(한화 약 6만8000원) 정도를 내고, 나머지 거주자는 무료로 생활하고 있다. 생활도우미가 생활상담·건강 상담을 하지만 복지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도내 경로당 중 일부를 웨르뷰이즈미의 복합공간을 벤치마킹하여 어린이와 어르신을 함께 돌보는 ‘아노케어(兒老 Care)센터’로의 기능변환을 제안한다. 경로당 설치기준상 이용인원은 동지역의 경우 20인 이상, 읍면지역의 경우 10명 이상이나 제주시와 서귀포시 일부 동은 겨우 20명을 넘기거나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제주지역 경로당 중 규모가 크고 위치적으로 거점역할을 할 수 있는 경로당 몇 개와 운영이 잘 안되는 경로당 몇 개를 선정하여 ‘아노케어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되면 어른세대의 노하우로 어린이에 대한 안정적인 돌봄이 가능하고, 어르신들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외로움·고독함을 달랠 수 있다. 나아가 전통문화 교육 등 어르신들의 재능을 발굴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새로운 제주형 복지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노노케어(老老 Care)’ 차원을 아동복지적 관점, 맞벌이가정의 돌봄 관점, 고학력 노인들의 재능기부 차원으로 프로 보노(Pro Bono) 기능까지 접목 가능한 경로당 혁신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사례와 같이 노인·장애인·아동(어린이)이 함께 이용하는 복합공간으로의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장애인·노인 등 사회복지대상자를 격리하는 방식을 고치고 이들과 함께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멀라이제이션(normalization) 사회’가 발상의 전환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