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으로부터 객관적 보호 기대 힘들어” 판결
법원이 중국에서 탈북 주민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온 중국인에게 난민자격을 부여했다. 그동안 난민제도를 악용한 불법취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 온 제주지역에서 처음으로 나온 판결이어서 향후 난민 자격심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김진영 부장판사)는 중국인 A씨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04년부터 중국내 북한 이탈주민을 지원하는 종교단체와 연을 맺고, 탈북민들을 제3국으로 보내는 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감금됐다 풀려났고, 이듬해 6월에는 중국 국가안전국에 강제 연행돼 북한 관련 정보 제공을 요구받기도 했다. 중국 수사 당국은 A씨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그해 8월 다시 체포해 기소했고, 법원은 북한주민의 불법적인 탈출을 도왔다는 이유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석방 이후 수배령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을 떠나 캄보디아 등을 떠돌다. 지난 2012년 12월 라오스에 정착해 허위 서류를 만들어 라오스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다. 중국 수사당국은 A씨가 라오스에서도 북한 이탈주민을 지원하는 활동을 계속하자 자수를 요구하며 회유했고, A씨는 지난 2016년 3월 무비자를 통해 우리나라(제주)에 입국해 그해 4월 난민신청을 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가 중국을 떠나 라오스에서 평온한 생활을 한 만큼 박해의 공포가 없고 북한 이탈주민 지원도 돈을 벌기 위한 경제적 이유”라며 난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랐다. 재판부는 “북한 이탈주민 지원 행위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인정되며, 조국을 떠나 다른 국가를 전전하며 생활한 것도 중국 정부의 박해가 원인”이라며 “A씨가 라오스 국적을 갖고 있지만 부당한 방법 취득해 법률상 효력에 문제가 있다. 특히 중국 본국으로부터의 객관적인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지역인 경우 지난 2013년 난민신청자가 1명이었지만, 2014년 117명, 2015년 195명, 2016년 236명, 2017년 312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취업을 목적으로 한 ‘가짜 난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번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법원에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