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특색사업으로 추진
수익금은 유족회에 전달



대정고 2학년 2반 학생들
4·3 아픔담은 배지 직접 디자인
1차 판매비용 4·3유족회에 전달
“어떤 형태가 4·3의 아픔을 가장 잘 나타낼까 고민했어요. 언젠가 제주4·3평화공원에서 본 비설이라는 동상이 생각났고,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했습니다.”
대정고등학교(교장 우옥희) 2학년 2반 학생들이 지난 한 해 학급 특색사업으로 4·3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많은 사람들이 4·3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도록 4·3 배지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배지를 전교생과 교사, 동문회, 학부모, 지역주민들에게 판매하고 수익금 100만원과 배지를 지난 13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에 전달했다.
배지는 아이를 업은 엄마가 무릎을 꿇고 절망하는 모습이다. 배지를 디자인한 이 훈 군은 “4·3의 아픔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모습을 고민하다, 아이를 끌어안고 서글피 잠든 듯 한 엄마의 동상(‘비설’)이 생각나 아이와 엄마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제주4·3평화공원에 있는 ‘비설’은 1949년 1월 봉개리에서 벌어진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에 쫒겨 몸을 피하던 스물다섯 젊은 엄마 변병생씨가 두살배기 딸을 안고 오름으로 피신하다 토벌대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둔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후일 모녀의 시신이 눈더미속에서 발견돼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2학년 2반 학생들은 4·3 70주년을 맞아 4·3을 2017년 학급특색사업 주제로 정하고, 지난 1년간 감자를 이용한 4·3음식체험, 4·3식량구하기 대회, 영화 ‘지슬’ 감상 등을 진행하며 4·3의 아픔을 공유해왔다.
정한나 담임교사는 “아이들이 4·3 계기교육을 통해 주변 섯알오름 등을 견학하면서 자연스레 특색교육 주제로 이어졌다”며 “학생들 스스로 토론하고 논의하며 수업의 방향을 결정해갔다”고 말했다.
반장 최승환 군도 “4·3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4·3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고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낯설었던 4·3을 1년 동안 배우며 깊이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은 앞으로도 배지 판매를 이어나가 수익금을 4·3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