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의 법칙과 집값
수요공급의 법칙과 집값
  • 한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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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급 늘고 미분양 쌓여도
집값 하락 않는 ‘이상 현상’
시장에 가수요 상당 거품 조성


장기적으로 가격하향 인식 퍼져야
투기수요 차단 안정화 가능해
공공임대주택 등 물량 확대 필요

 

 

‘수요·공급의 법칙’은 경제학의 기본원리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상품의 가격은 올라가고, 그 반대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이론이다. 삼척동자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사려고 하는 사람(수요)은 많은데 물량이 얼마 없다면 당연히 그 물건 가격은 오르게 된다. 거꾸로 물량(공급)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이 적다면 그 물건 가격은 떨어진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강남 아파트값 고공행진을 수요와 공급의 변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수차례 부동산정책을 쏟아냈지만 강남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르는 이유의 하나로 수급 상황이 거론된다. 강남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에 비해 아파트 물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의견에 타당한 측면이 있다. 최근 부동산 열풍의 진원지는 강남3구(강남·송파·서초)다. 2016년 기준 강남3구에 있는 아파트는 33만6975호다. 이는 전국 주택(1669만2230채)의 2%에 불과하다. 반면에 강남 아파트를 사고 싶어 하는 고소득자 및 자산가들은 많다.

일각에서는 인구 증가를 집값 상승의 큰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지난 9년간(2008~2016년) 서울시 인구는 27만211명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서초구(4만872명)와 강남구(9283명)는 인구가 유입됐다. 송파구의 경우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11만872명이 전입하면서 인구가 3718명이나 늘었다.

제주 집값 상승도 강남 사례와 비슷하다. 전입 인구가 급증하면서 집값이 치솟았다. 감소하던 제주 인구는 2010년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주민 증가 때문이다. 순유입 인구는 2010년 437명에서 2012년 4876명, 2014년 1만112명, 2016년 1만4632명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규모가 다소 줄었으나 1만4005명이나 순유입 됐다.

몇 년간 공동주택 공급이 뜸하던 차에 이주민까지 가세해 주택 수요가 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도내 주택 매매가격은 2015년에 8%, 2016년에 4.64% 올랐다. 2년 연속 상승률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국 평균(1.48%)보다도 낮은 1.66% 상승에 그쳤다.

집값 오름세 둔화에는 공급 증가가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준공된 도내 주택은 1만6151호로 전년보다는 16.4%, 최근 5년 평균에 견줘서는 68.6%나 증가했다. 공급 증가로 미분양주택이 양산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작년 12월 기준 도내 미분양주택은 사상 최고치인 1271호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상하다. 공급이 늘고 미분양 물량이 쌓여도 주택 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있다. 수요공급의 법칙이 제주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집값이 거침없이 오를 때는 자꾸 불어나던 주택 수요도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자 줄었다. 지난해 도내 주택 매매거래량은 9261건으로 전년 대비 25.3% 감소했다. 이전에는 매매차익을 노리고 투자(?)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택 거래에 투기수요가 상당했다는 말이다. 적어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여유 있는 사람들은 필요하지 않아도 집을 사 두는 경향이 있다. 이런 가수요(假需要) 현상이 심화될수록 집값 거품은 커지게 마련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8년 신년 메시지를 통해 ‘도민이 행복한 제주’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높으면 다수의 도민은 행복할 수 없다. 주택 가격 안정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 그러자면 투기수요를 차단해야 한다. 공급을 늘리는 것이 상책이다. 집값이 장기적으로는 내린다는 인식이 퍼져야 투기수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더욱 확대해 한다. 요즘 도내에서는 집값 부담에 전월세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전월세 비중이 높아지면 집을 소유보다 사용 개념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 그러면 집값 잡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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