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오랜 또 하나의 가족, 개와 게
우리에게도 오랜 또 하나의 가족, 개와 게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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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관, 지난 6일부터 3월25일까지
김산·조기섭 등 청년작가 개·게 주제 작업
▲ 장승업, 장승업필 화조수해도, 127.3 31.5cm, 종이에 엷은 채색,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이암, 모견도, 종이에 옅은 채색, 163.0 55.5 국립중앙박물관
▲ 한승엽-물고기를 안고 게를 탄 어린이

서귀포 피난시절 이중섭은 자구리 해안에서 아이들과 게를 잡아서 놀다가 집으로 가져가 반찬으로 삼았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 게를 많이 잡았던 이중섭은 부인에게 ‘게를 너무 많이 먹은 것이 미안해서 게를 많이 그리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중섭의 그림에는 유난히 게가 자주 등장한다. 

미술사에서는 게가 등장하는 그림을 어해도(魚蟹圖)라고 한다. 게는 딱딱한 등을 으뜸으로 친다. 등은 갑(甲)이라 하고 이 갑이 1등을 의미하기 때문에 게 그림은 과거시험에 장원 급제하기를 바라는 뜻도 담고 있다.

한편 올해는 황금 개띠의 해다. 개는 야생동물 중 가장 먼저 가축화됐다. 가장 오랜 기록은 페르시아 베르트 동굴의 것으로 서기전 9500년경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개가죽으로 장구를, 개 꼬리로 빗자루를, 제주에서는 사냥꾼과 관리들이 털가죽으로 방한용 외투와 모자를 만들어 입었다. 조선 중종 때의 전라감사 정엄(鄭淹)은 통신 업무에 토종개를 이용해 막대한 통신비를 절약했다.

제주도 신화에 늬눈이반둥개가 나오는데 이 개는 신의 집을 지키거나 신이 사냥할 때 데리고 가고, 저승에서 이승으로 내려 올 때 길 안내를 하는 개로 알려져 있다. 늬눈이반둥개는 눈이 네 개여서 사방팔방 못 보는 곳이 없다. 선조들은 개 그림을 통해 부귀·화복·장수·애정·벽사 등 인간의 소망을 기원했다.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이 2018년 무술년을 맞아 신년 특별전으로 개(犬)와 게(蟹)를 소재로 한 ‘또 하나의 가족, 개와 게’전을 열고 있다.

지난 6일 시작된 전시는 이중섭 작품 이미지 50여점과 장승업·이암 등 옛 화가들의 작품 및 자료 20여점을 오는 3월 25까지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또 다른 가족으로서 ‘개’와 ‘게’를 소재로 예술적 접근을 시도한 제주청년작가 8인의 작품 17점도 소개된다. 출품작가는 김산, 손유진, 오승용, 유승현, 정재훈, 조기섭, 안소희, 한승엽 등 8인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한다. 입장료는 일반 1500원, 청소년 및 군인 800원, 어린이 400원이다. 문의=064-760-3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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