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요 지속적 제주지하수 증산 시도
‘위기’ 있었으나 5번째 선방 중
한진 법제처 판단 불복 소송 준비
대기업의 지역과 존중·상생 실종
지하수는 도민의 자존심
기내서 삼다수 제공하면 ‘일석이조’
집요하다. 그것도 너무. 이 정도면 집착이다.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이 보여주는 제주지하수 ‘사랑’ 이야기다. 스토리는 한국공항의 지하수 하루 취수 허가량이 200t에서 100t으로 줄어든 1996년 태동된다. 이후 한국공항은 지속적으로 증산을 시도한다.
한국공항은 “1일 취수량이 100t으로 변경됐지만, 실제 권리는 1993년 허가 받은 200t”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증가하는 항공 승객 음용수 서비스를 위해 증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국공항의 증산 요청량이 들쭉날쭉, 증산 필요성과 진정성에 물음표가 던져진다. 1차 증산 시도가 있었던 2011년 1월에는 1일 300t을 요구했다. 증산이 무산되자 같은 해 10월 200t으로 줄여 요청한다. 그리곤 2012년 4월 ‘3차’와 2016년 3월 ‘4차’에서도 200t을 유지하다 지난해 4월 이뤄진 ‘5차’에선 150t으로 줄였다.
다행히 한국공항의 제주지하수에 대한 ‘스토커’ 수준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후의 보루’를 마다 않은 도의회 의장들 역할이 컸다. 2013년 2월 박희수 의장은 환경도시위원회를 통과, 본회의 상정 예정이던 한국공항 지하수 120t 증산 동의안을 직권으로 상정·보류시켰다. 상임위까지 통과한 ‘잘못된 사랑’을 도의장이 반대한 것이다.
지난해 7월에도 위기가 있었다. ‘역시나’ 환경도시위원회는 한국공항 취수허가량을 130t으로 증량 의결하며 1993년 ‘1일 100t’ 결정 이후 유지되던 공수화(公水化) 원칙이 무너질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신관홍 의장이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청 등을 수용, 본회의 상정 보류 결정을 내리며 고비를 넘겼다.
법제처도 한국공항에 ‘카운트 펀치’를 날렸다. 법제처는 지난해 9월 제주도의 유권해석 요청에 “지하수 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제주특별법이 제주 섬 지하수의 오염과 고갈 방지 등을 위해 지방공기업을 제외하고 먹는샘물 제조·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점으로 볼 때 “한진그룹의 먹는샘물 증산 변경 허가는 입법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정도면 ‘마침표’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2차례 허가신청 자진 철회를 요청했음에도 한국공항이 거부하자 12월19일 최종 반려 결정을 내렸다. 한진그룹은 5번째 퇴짜를 맞은 셈이다.
이제 그만 제주지하수에 대한 스토킹(stalking)을 멈췄으면 한다. 도민들이 안된다고 하는 데도 다시 들이댈 모양이다. 법제처 판단에 승복하지 않고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똥인지 감인지 꼭 찔러보겠다는 한진그룹이다. 법제처의 판단과 달리 한진그룹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법관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고, 돈이 힘이라고 대형 로펌을 동원해 공세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공항이 이겼다 치자. “제주도민들의 정서에 반해서 물을 뽑아가니 기분이 좋겠냐”고 묻고 싶다. 자국의 이익에 혈안이 돼 식민지를 수탈하던 강대국이 오버랩 된다.
지역과의 상생과 존중이 없다. 천박한 상혼(商魂)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창업주의 손녀가 미국 뉴욕 공항에서 희대의 갑질로 ‘땅콩회항’이라는 세계적인 사건을 저질렀는지도 모르겠다.
외국에선 설령 그렇게 했더라도 한진그룹이 또 하나의 터로 수십년간 영업하고 있는 제주에서만이라도 그래선 안된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절에 가면 합장은 안해도 대놓고 찬송가를 부르지는 않고, 교회에 가선 같이 기도는 못해도 염불을 외우진 않는다. 자기 있는 곳에 대한 배려, ‘기본’이 있음이다.
농업용수로 양배추 밭에도 뿌리는 지하수인데 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도 한다. 그건 아니다. 수많은 대한민국 섬 가운데 아주 조그만 무인도 하나 정도는 일본이 달라면 줄 수 있느냐의 문제와 다를 바 없다. 도민의 공공재인 제주의 지하수는 대한민국 영토처럼 제주도민의 자존심이다.
항공기 승객 서비스를 위한 물이 모자라다면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가 답이다. 직접 생산 보다 비용이 더 들 수는 있겠지만 의미가 크다. 제주의 공기업을 도와주면서 제주의 맑은 물 홍보까지 해주는 지역과 상생을 위한 일석이조의 일이다.
한진그룹에 전한다. “제주도민들이 안된다고 합니다. 이제 그만 들이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