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트롤타워 부재로 ‘제주 패싱’ 발생
협회 등 관광 조직·기관 재조정 필요
최근 중앙정부는 국내여행과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관광두레 등의 사업 대상에서 제주를 제외했다. 대한민국 관광1번지 제주가 ‘패싱(passing)’ 당하는 셈이다.
관광진흥기금으로 운영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제주는 별도’라는 논리도 있지만 예산 문제를 넘어 ‘소통의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제주에는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도 있고, 제주관광공사도 있고,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관광국도 있다. 도대체 평소 중앙정부와 어떤 소통들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제주관광공사의 모 사장은 “한국관광공사와 협업을 해서 글로벌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한국관광공사보다 훨씬 낫다. 얘기해봐야 별 것 없다”는 답을 듣고 ‘큰일이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혹시 여태껏 이런 자만심으로 중앙정부와 거리를 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
‘관광3법’이 이양되고 관광진흥기금도 별도로 운용되고 있어서 관광분야는 중앙보다 제주가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대한민국보다 제주가 더 낫다는 오판과 교만 속에서’ 행정을 하고 있는 게 자명하다. 또한 관광진흥기금으로 중앙보다 더 글로벌하고 의미 있는 상품들을 개발해서 홍보하기 보다는, 양적 성장을 위한 인두세나 인센티브에 집중 투입하면서 만족도 제고 등 질적 관광, 다변화를 위한 상품개발에는 소홀한 우도 범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일들이 제주관광의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그 많은 위원회 가운데 ‘관광진흥위원회’ 하나 없는 제주다. 행정직 공무원들로 편성된 관광국과 면세점에 목맨 관광공사, 관광 사업체들의 창구가 아닌 관광국의 위탁업체로 전락한 관광협회, 질적 관광의 핵심인 마이스산업을 가지고 이익에만 혈안인 컨벤션센터 등 서로 헐뜯으며 예산전쟁을 마다 않는 ‘제주관광 거버넌스’로 중앙정부와 무슨 교감으로 소통할 수 있겠는가?
과연 제주 관광정책은 누가 만들고 있는가. 관광진흥위원회부터 구성, 명실공이 제주관광의 문제점과 미래비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또한 도청 관광국을 부지사급 관광청으로 격상시킬 것을 제안한다.
현재의 관광국과 공사, 협회의 마케팅 기능과 컨벤션뷰로 기능, JDC의 관광개발기능 등을 관광직 전문공무원들이 일목요연하게 기획 및 집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제주관광공사와 ICC는 향후 합쳐서 수익사업 기획 및 실행기능을 가진 공기업으로 확대하면 된다. 관광협회는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등까지 회원으로 확장, 도내 5000개가 넘는 관광 사업체의 창구와 이익단체의 원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빨리 깨닫고 혁신에 나서야 한다. 숙박시설들이 공급과잉에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신화월드는 ‘객실 1+1마케팅’을 한다고 한다. 행정에서는 뭐라 못한다 해도 협회는 과잉 마케팅 자제를 요청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다.
면세점·카지노 다 뺏기는 중문관광단지는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큰 비는 쏟아지는 데 피할 우산이 없다. 협회는 회비만 받고 덩치 키우는 위탁사업에만 관심이 쏠렸다.
‘힐링제주’ 관광의 답은 ‘제주다움’과 ‘서귀포다움’을 소재로 한 상품들이다. 그리고 허니문 경험자를 위한 리마인드 웨딩상품, 동남아신혼객을 위한 허니문상품, 심화된 올레길걷기상품 등 개별 관광상품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제주는 단체여행에 익숙한 나머지 선택과 집중의 마케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관광특별자치도로서의 목표를 가지고, 세계적 보물섬을 지향한다면 더 이상 늦지 않게 모든 관광인과 단체는 물론 행정의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전문적 컨트롤타워를 갖추고 방향을 제대로 설정, ‘지구촌 관광1번지’를 향한 순항에 나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