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보유 도내 땅·주택 증가세
작년 4분기엔 상가 거래비중 급증
단체관광객 금한령 해제 영향 분석
과거 ‘묻지마 사재기’ 값 폭등 요인
같은 현상 반복 시 시장 자극 우려
모니터링 강화 투기요인 제어 필요
돈에는 국경이 없다. 돈은 수익이 날만한 곳을 찾아 자유롭게 흐른다. 제주 부동산시장에도 외국 자본이 몰리고 있다. 도내 외국인 보유 땅과 주택, 상가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외국인, 특히 중국인에게는 제주가 돈 굴리기에 여전히 매력적인 지역으로 인식되는 모양이다.
제주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 면적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2114만㎡로 전년 말 대비 5.7% 증가했다. 외국인 보유 토지는 2016년에 잠시 주춤했을 뿐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인들 때문이다. 같은 기간 도내 중국인 토지는 939만6000㎡로 6개월 새 11.6% 늘었다. 중국인 보유 토지는 2012년 164만3000㎡에서 5년도 안 돼 5.7배 증가했다.
외국인의 도내 주택 및 상가 거래도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도내 주택 거래량(취득) 비중은 2015년 1.04%, 2016년 1.4%, 지난해 1.61% 등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주택 취득 역시 중국인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외국인 상가 거래비중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6년 3분기 8.9%에서 지난해 3분기 4.8%까지 하락했다가 4분기에는 9.6%로 전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중국의 단체관광객 금한령(禁韓令) 해제에 따라 중국인 상가 매매거래가 크게 늘어난 영향 때문으로 한국감정원은 분석한다.
최근 제주 부동산시장 침체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에도 중국인들의 제주 부동산 매입 열기는 식지 않은 것이다. 투기인지 투자인지 몰라도 중국인들의 제주 부동산 사랑은 여전하다. 지난해 말에 상가 매입이 증가한 것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제주 방문 재개에 대비한 ‘길목 지키기’로 여겨진다. 단체관광객이 다시 오기 시작하면 예전처럼 부동산 광풍이 또 불지도 모를 일이다.
도내 부동산 가격 급등에는 중국 자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부동산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중국인들은 부동산 ‘싹쓸이 쇼핑’으로 유명하다. 찍은 물건은 시세보다 웃돈을 주고 닥치는 대로 사들인다. 제주에서도 그랬다. 이 같은 행태가 제주 부동산값 폭등에 한 몫을 했다. 과거 중국인들의 제주 부동산 사재기는 자국 관광객 증가와 병행해 진행됐고, 이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한 번 오른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지난해 정부가 수차례 부동산정책을 쏟아냈지만 강남 집값은 끄떡도 안 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도내 부동산 가격도 오름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하락하지는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지가 평균 상승률은 2015년 5.4%, 2016년 7.88%, 지난해 4.9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8.1%, 4.6%, 1.7% 였다. 부동산값 급등을 견인했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015년 13.8%에서 2016년 7.2%, 지난해 0.4% 등으로 크게 둔화됐지만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단체관광객 방문 재개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부동산 매입이 증가하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다. 자칫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그들의 ‘묻지마 투자’가 도내 부동산 가격을 급격하게 끌어올린 사례가 있다. 이것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예의주시해야 한다.
부동산값 급등의 부담은 온전히 도민들이 진다.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진다. 경제성장에 비해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사회도 멍들게 한다. 불로소득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근로의욕이 저감된다. 땅과 집값과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판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외국 자본으로 인한 부동산 광풍의 재연을 막기 위해선 투기수요를 걸러내는 게 급선무다. 지역발전에 유익한 좋은 투자는 적극 유치하되, 제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투기자본에는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자면 대규모 개발사업 투자자본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의 도내 부동산 매입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투기적 요인을 사전에 찾아내 적절히 제어하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