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의 삶은 품격있는 제주인의 정신적 보물”
“만덕의 삶은 품격있는 제주인의 정신적 보물”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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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만덕’ 오는 26일 제주아트센터서 초연
시대 상, 만덕·제주인 삶 어떻게 풀어낼까 ‘관심’
▲ 뮤지컬 만덕 주인공들. 왼쪽부터 문희경, 남경주, 오소연, 장우수씨.

뮤지컬 ‘만덕’ 오는 26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초연
시대 상, 만덕·제주인 삶 어떻게 풀어낼까 관심

“양인에서 기녀로, 그리고 상인에서 거상으로. 이 멋쟁이의 이야기를 만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하며 작업했다.”

뮤지컬 ‘만덕’의 연출을 맡은 김덕남 감독은 오래전 해상 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 ‘장보고의 꿈’을 창작한 적이 있다. 장보고 역시 바다건너 당나라로 가 무령군중소장에 오르고 귀국 후 청해진을 설치한 영웅이다. 장보고는 만덕의 삶과 많이 닮았다. 전남 완도 섬 출신으로 바다건너 대륙을 꿈꾸었고 완도의 특산물로 당나라와 교역했다. 자신의 꿈을 넓게 펼치고, 거침없이 실행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 ‘드라큘라’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 국내 최고의 뮤지컬을 연출해 온 김 감독은 “만덕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세우면서 내내 장보고가 떠올랐다”며 “이 멋쟁이들의 삶을 만난 것은 내게도 행운”이라고 밝혔다.

제주시가 야심차게 기획한 뮤지컬 ‘만덕’이 오는 26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초연한다. 뮤지컬 ‘만덕’은 ‘정조실록’ ‘일성록’ ‘번암집’ 등에 등장하는 18세기 제주의 실존인물 만덕의 선행과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소재로 탄생했다. 공연을 기획한 고경실 시장은 본 지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 만덕은 위인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검절약하고 이웃을 돕고 진취적으로 살아온 제주 인들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제주시는 초연 이후에도 뮤지컬 ‘만덕’을 계속 보완해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대표 콘텐츠로 성장시켜나가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뮤지컬 ‘만덕’에는 제주출신 배우 문희경과 뮤지컬 터줏대감 남경주, 오소연·장우수를 비롯해 김미경(프로듀서)·김덕남(연출)·한아름(대본) 등 실력파 창작진이 총출동한다.

대본을 맡은 한아름 씨는 국내 최고 극작가다. 안중근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웅’과 ‘윤동주 달을 쏘다’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실존 인물을 그려낸 바 있다.

한 작가는 “만덕은 18세기를 살며 분명 격을 파한 여인이었고, 그의 행보에는 깊은 품격이 있어 제주의 정신적 보물에 다름 아니”라며 “모든 것을 이루고 또 나눈 만덕 할망의 이야기를 통해 관람객들이 ‘삶의 의지’와 ‘나눔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타’의 삶을 산 그녀의 이야기를 무대에 펼치는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신선호 안무 감독은 시놉시스를 처음 받던 날 김만덕의 자료를 찾고 시대상의 모습과 제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무대 이미지화하며 안무구상작업에 들어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는 “김만덕의 움직임은 시선과 감정적인 몸의 표현으로 움직임들을 만들었고, 마을사람들은 희로애락의 감정표현들로 주 안무를 만들고 동작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만덕’에는 제주 자연을 닮은 웅장하고 따뜻한 음악이 등장한다. 장소영 음악감독은 “같은 여성CEO의 입장에서 조선 최초의 여성 CEO였던 김만덕의 생애에 벅찬 감정을 느끼며 신중하게 음악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이번 뮤지컬 ‘만덕’의 여주인공 역은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등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제주출신 배우 문희경씨가 맡는다. 2004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평단의 인정을 받은 그는 ‘메노포즈’ ‘맘마미아’ ‘봄날은 간다’ 외 다수의 뮤지컬에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초연을 앞두고 지난 22일 제주로 온 문희경씨는 “만덕 뮤지컬은 제주를 소재로 하는 문화예술공연이 더욱 풍성해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며 설렘과 부담을 함께 털어놨다.

그는 “제주가 관광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상품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늘 느껴왔다”며 “이번 초연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예정돼 있던 드라마가 있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지금 이 나이가 아니면 김만덕의 일대기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선택했다”고도 덧붙였다.

뮤지컬 ‘만덕'의 무대에는 제주의 전통가옥과 돌, 바람, 한라산 등 제주의 상징물을 활용해 제주만의 독특한 요소를 적극 반영했다. 세트가 갖는 표현의 한계점을 다양한 시점 연출과 영상으로 보완했다.

제주를 닮은 음악은 만덕을 비롯한 캐릭터들의 심리와, 옛 제주인들의 애환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한국적이면서도 세련된 현대무용과, 제주적 정서를 반영한 색채들은 조명과 의상을 통해 뮤지컬 '만덕'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이뤄지는 뮤지컬 ‘만덕’은 문화예술적 완성도와 함께, 제주의 대표 콘텐츠 육성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는다.

이번 공연의 의미는 대행수 역을 맡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스타 남경주씨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남 씨는 최근 문희경씨와 함께 한 인터뷰 자리에서 “지방마다 상징인물을 뮤지컬 소재로 개발하는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예산 지원과 관심이 사라지면서 사장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이번 뮤지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행정과 도민 모두가 만덕 삶의 가치를 깊이 인정하고, 초연 때 모자랐던 부분을 조금씩 쉬지 않고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뮤지컬 ‘만덕’은 제주시내에 첫 눈이 내리던 지난 12월 5일 전체 배우와 스텝이 모이는 첫 상견례를 갖고, 지난 9일 첫 런 스루를 마쳤다. 드디어 26일. 외지고 척박한 땅 제주도에서 조선 팔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김만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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