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特別' 人影不見일세
'特別' 人影不見일세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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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을 놓고 제주도가 시끌벅적 하다. 제주도의 입장은 권한을 폭 넓게 가져오려는 것인데, 중앙정부는 “왜 너희에게만 그런 권한을 줘야 하느냐”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것저것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 받아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행정계층구조 개편의 정당성을 보증시키고, 제주지역의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답답한 현실을 뛰어 넘으려는 제주도의 전략이 어긋나는 게 아니냐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도민들은 실망하고 도 당국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5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변수까지 얹혀 그야말로 시말(始末)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의 혼돈으로 빠져 드는 것 같다.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을 한 배경, 그 가장자리에 청와대가 있다. 다음으로 정부와 여당이 자리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 마다 한 제주특별자치도에 관한 발언을 보면 한마디로 “제주도가 하고 싶은 대로 권한을 주겠다”로 집약된다. “조직권, 인사권, 재정은 물론 과세권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자치입법권까지 폭넓게 인정하는 자치 모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제주도민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가다듬는 것에 맞게 중앙정부는 빠르게 진행하겠다”(2004.3.3 지연언론인과의 간담회)
“제주특별자치도에 관한 법은 저희가 잘 만들고 정말 제주도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자유의 폭을 넓혀서 해드릴 것” “자치입법권까지 상당히 넓게 포괄적으로 인정해서 앞으로 지방자치의 새로운 모델을 제주도에서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특별자치도”(2005.8.23 지역신문 편집국장 간담회)

대통령의 생각은 이처럼 분명하다. 대통령은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만들기 위해 거의 모든 권한을 제주도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약속을 했다. 열린우리당은 여당 답게 ‘대통령의 약속’에 맞장구를 쳤다. 제주특별자치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는 김혁규 상임중앙위원, 부위원장에는 제주출신 국회의원인 강창일 의원이 맡았다.
지난 6월20일에는 이해찬 총리 주재로 특별자치도 기본 구상안에 대한 당정협의를 가졌다. 여기에 참석한 사람은 김혁규 열린우리당 특위위원장과 강창일 부위원장, 오영교 행자부 장관, 윤성식 청와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이다. 지난 7월28일에는 주민투표 결과를 놓고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지역문제의 정책결정을 주민 스스로 할 수 있게 한 진정한 참여자치의 승리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추진할 무렵 도민사회에서는 “제주도가 전국적인 계층구조 개편을 시도하려는 중앙정부의 첫 실험장이 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도 그것을 해냈다. “대통령이 특별자치도를 해주겠다고 하는데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중앙정부는 “왜 너희가 그런 권한을 가져야 되느냐” 식이다.
금명 특별자치도 기본계안안의 청와대 보고 등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긴 하지만, 제주도가 완전히 놀아난 셈이다. 놀아난 것으로 족하면 될지 모르나 만일 이용당한 것이라면 제주도의 갈등과 혼란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갈 것이다. 중앙정부대(對 )제주도의 갈등은 물론 도민사회의 반목과 불화가 새로운 형태로 조성될 우려마저 있다.

상황이 이런 지경인데, 여당의 제주특별자치도추진위원회 김혁규 위원장과 강창일 부위원장 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추진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2004.4.29)”라던 박재영 정부혁신분과위원회 지방분권팀장, “몇몇 핵심 네거티브 규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권한을 제주도에 주는 것이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이라던 윤성식 정부혁신분권위원회 위원장(2005.6.22),“대통령의 주된 관심사이다 보니 각 부처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2005.7.19)”던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제주도에 올 때 마다 도민들은 무엇인가 기대하며 눈귀를 이 특별히 특별자치도를 만들겠다는 이들에게 집중했건만, 오늘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구려.
오호,‘특별(特別)’ 인영불견(人影不見)일세! 행정계층구조개편 혁신안을 지지한다던 제주출신 국회의원 나리들은 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강  정  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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