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개시 여부 등 관심…“4·3의 진실 밝혀졌으면”

백발노인이 된 열여덟명의 제주 4·3 수형인들이 “평생의 한(恨)을 풀겠다”며 재심청구를 한데 따른 심문기일이 확정, 향후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2월 8일 재심청구에 따른 심문을 갖는다. 지난해 4월 19일 재심을 청구한지 무려 10개월만에 진행되는 것이다.
심문은 재심청구에 따른 당연한 절차로 재심 개시 여부와는 별도로 봐야 한다. 심문이 진행된다고 해서 재심 개시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심문 기일이 늦어진 이유는 이번 재심 사건은 판결문이 존재하지 않는 전국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법무부·경찰청 등에서 사실조회서 등 관련 서류를 취합하는데 시간이 지체됐다.
이번 심문 기일에서 재판부는 재심을 청구한 수형인들의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해마루 측과 검찰 간 양측 의견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문기일이 언제까지 진행될지, 재심을 개시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판단에 달렸다.
올해 70주년 추념식을 앞두고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 을)이 제주 4·3 수형인들에 대한 군사재판을 무효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보수 정당의 반발로 난항이 예상된다.
정치권의 노력도 요구되고 있지만, 사법부의 판단이 더 주목되고 있는 이유다.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공동대표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한 소송이기도 하다. 국가는 오랜 세월동안 제주도민들에게 너무나 많은 희생을 강요했다. 뒤늦게나마 법 절차가 잘 이뤄져서 4·3의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전했다.
이어 “재심 결정이 확정되면 공식적으로 이 문제가 다뤄지게 된다.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사실적 근거가 있다. 그동안 4·3 수형인들에 대한 평가는 있었지만 사법기관에서의 판단은 없었다. 이런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심을 청구한 수형인들의 나이는 많게는 98세에서 적게는 87세다. 이들이 4·3 70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웃을 수 있을지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