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 공공보건기관 간호사들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7 보건간호인력 통계’에 의하면 제주지역 공공보건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 184명 중 무려 62%인 114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부산(54.9%)과 인천(53.6%)이 50% 대였고, 서울(49.8%) 광주(47.3%) 대구(45.6%) 강원(43.4%) 순이었다. 제주를 강원과 비교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18.6%p나 차이가 났다.
공공보건기관 간호사들은 방문 건강관리를 비롯해 모자보건과 건강증진사업 등 해당지역 주민의 모든 의료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그만두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연속성이 끊어지는 등 농어촌지역 의료서비스 질적 하락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감기만 걸려도 도심의 대형병원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다.
더욱이 농어촌은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방문 진료 등의 수요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런데도 간호사들의 보건지소 기피 현상으로 노인들이 필요한 의료혜택을 받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 돼버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 추진하고 있지만 보건분야는 대부분 공무직(무기계약직)에 그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도 “정부 지침에 따라 공공보건 비정규직 대상자를 공무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이를 확인했다.
지금 공무원 충원이 시급한 곳은 행정부문이 아니라 소방관서를 포함한 보건복지 분야다. 물론 간호사에 대한 대우 문제는 비단 공공기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호사’는 많으나 ‘일하는 간호사’는 전체의 절반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비해 열악한 처우 등으로 사직 및 이직을 택하는 간호사가 많은 탓이다.
따라서 공공부문부터 간호사에 대한 처우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게 민간으로 파급되며 우리의 보건복지를 향상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