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아주 훈훈한 미담(美談) 하나가 날아 들었다. 은퇴한 소방관 아버지가 인명구조 중 순직한 소방관 아들과 함께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모임에 가입했다는, 어느 소방관 가족의 ‘아름다운 나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미담의 주인공은 2014년 소방관직을 퇴직한 강상주(63)씨와 소방관으로 근무하다 2016년 순직한 고(故) 강기봉(당시 29세)씨. 이들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사랑의 열매 회관에서 각각 1억원씩 2억원의 기부금을 전달하고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의 회원이 됐다.
전국에서 소방관이 이 모임에 가입한 것, 또 부자(父子) 소방관 가입 또한 첫 번째 사례다. 이번에 전달된 성금은 제주지역 저소득층 청소년의 교육 자립과 어려운 이웃의 생계비 및 의료비 지원 등으로 쓰이게 된다.
이날 회원 가입식에서 강상주씨는 “119대원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다가 떠난 아들을 기리는 방법을 찾던 중 가족과 상의를 통해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결심했다”며 “처음엔 아들 이름으로만 기부할까 생각했으나 이웃을 위해 헌신한 아들과 뜻을 같이 하고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부자는 우리의 이웃과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고 헌신해 온 전형적인 소방관 가족이었다. 아버지 강상주씨는 31년간 제주에서 소방관으로 재직해오다 정년퇴직했다. 아들인 고 강기봉 소방교는 울산시 온산소방서 119대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6년 10월 태풍 차바로 인해 강물에 고립돼 있는 주민들을 구조하다가 순직했다.
2억원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부에 이르기까진 숱한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 부자는 이웃과 사회를 위해 흔쾌히 거금을 쾌척했다. 마음까지 부자(富者)가 된 것이다. 그 아낌없는 용단에 뜨거운 박수와 함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