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변합 115cm’ 기준…바이올린도 적용 안 돼
이 마저도 항공사 마다 현장 적용 상황 달라
예술노동자들 항공사에 대안 강구 공문 발송
국내 항공사들의 악기 기내 반입 규정이 지나치게 딱딱하다는 지적이다.
국외 여러 항공사들이 ‘기내 적재 장소에 수납이 가능할 경우 악기를 반입할 수 있게’ 조치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항공사들은 일정크기만을 무상 반입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 살면서 도외로 나가거나 제주로 공연을 오려는 음악인들은 이 같은 규정으로 좌석을 한 개 더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금전적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수시를 보기 위해 비올라를 들고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를 타려던 도내 고3 수험생은 항공기 탑승구 앞에서 카드 결제를 요구받았다. 해당 항공사는 가로, 세로, 높이의 합이 일정 크기를 초과하는 악기 등의 수하물에 대해 별도의 좌석을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항공사에서 기내 무상 반입을 허가하는 수하물의 크기는 ‘세 변 합 115cm’. 학생이 가진 비올라 케이스는 125~129cm 범위였다. 학생은 항공사 측의 설명에 따라 ‘악기를 앉힐’ 좌석을 한 개 더 구입했지만, 일반 승객이 들고 타는 짐과 달리 악기에 대해서만 크기를 엄격하게 확인하는 것 같아 서운함을 지우기 어려웠다.
악기 기내 반입을 둘러싼 항공사와 음악인간 마찰은 비단 이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프리카의 스팅’이라 불리는 재즈 베이시스트 리차드 보나는 한국 공연을 위해 뉴욕발 아시아나 항공을 탑승하려다 비슷한 문제로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자신의 페이스 북에 이와 관련한 불편한 심경을 적기도 했다.
도내 음악인들도 비슷한 불편을 겪고 있다.
한 음악인은 “국내 항공사들이 가진 ‘115cm’의 기준은, 현악기 중 가장 작은 바이올린 케이스도 소화하지 못 한다”며 “비행기마다 상단 캐비넷 등의 크기가 조금씩 다른 만큼 보다 융통성 있는 기준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기준을 가진 국내 항공사들 가운데도 115cm 규정을 엄격히 지키는 항공사와 그렇지 않은 항공사들이 있어 음악인들의 불만과 혼란은 더 큰 상황이다.
급기야 지난해 6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제주도립교향악단분회는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특정 항공사에 정식으로 항의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일도 빚어졌다.
반면 미국연방항공규정(FAA)을 준수하는 아메리칸 항공, 델타 항공, 유나이티드 항공 등 국외 여러 항공사들은 악기가 기내 적재 장소에 들어갈 경우에는 무료 기내 반입이 가능하도록 국내 항공사보다 유연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항공사 관계자들은 “이미 정해진 규정은 지키는 것이 일단 맞고, 다만 국내 항공사들의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면 함께 방향을 논의하는 움직임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