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들여다보는, 뜻밖의 제주 표류史
다시 들여다보는, 뜻밖의 제주 표류史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7.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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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 한라일보 기자, ‘제주바당 표류의 기억’ 발간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이들은 항해에 실패해 목적지를 잃고 바다를 떠도는 일이 잦았다. 제주 사람들에게도 표류는 낯설지 않은 일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중국이나 일본, 유구(지금의 오키나와), 안남(베트남), 여송(필리핀) 등지로 떠밀려 갔다가 돌아오곤 했다.
대표적인 이가 애월 사람 장한철이다. 1770년 12월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서울로 가다 류큐로 표류했다. 일행 29명은 소안도 서쪽에서 동풍에 밀려 하루종일 남쪽으로 흘러갔다. 류큐열도 호산도에 표착한 일행은 왜국의 습격을 받고, 이어 베트남 상선에 구조됐지만 제주인이라는 이유로 죽을 위험에 처한다. 급히 작은 배로 옮겨타고 바다로 향하는데 1771년 정월 초6일 조난끝에 도착한 곳이 청산도였다. 이미 일행 중 절반의 목숨을 바다에 바친 이후였다.

이후 장한철은 다시 과거에 응시했지만 합격하지 못 하고 낙향해 ‘표해록’을 썼는데, 표해록에는 그가 바다에서 겪은 생생한 표류 경험은 물론, 청산도에서 만난 인물과의 대화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와 반대로 외국 사람이 제주에 표류한 사건도 있었다. 대개 상선이었다.

표류는 이처럼 목숨을 건 우연한 운명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기록이다. 때문에 표해록은 해양문학과 기행문학, 기록문학, 일기문학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한라일보 진선희 기자가 최근 이같은 표류의 본질에 주목하면서 제주의 표류 기억을 모은 ‘제주바당 표류의 기억’을 펴냈다.

제주 애월 사람 장한철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네덜란드인 하멜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에 벌어진 표류 기록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표류의 긍정적인 측면에 특히 집중했다.

저자는 “제주에 얽힌 표류 기록을 통해 밖을 향해 열려있던 제주 사람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며 “표류를 기약 없이 떠도는 부정적 의미로만 한정지어선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제주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석사)를 졸업했다. 민속원,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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