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값 급등 자산 양극화 심화
도내 가구 자산 작년比 21% 증가
서민들은 집 장만 걱정 고달픈 삶
젊은이들 결혼·출산 기피 현상까지
수저계급론 확산 공동체 균열 우려
새해 ‘공존’의 길 여는 한해 됐으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7년 정유년이 저물고 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통령 탄핵 등 굵직한 사건을 뒤로하고 무술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은 대개 새해를 앞두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그린다. 어떤 희망을 품을까. 새해 소망을 묻는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취업 등 경제 문제가 단골로 오른다. 실생활에서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새해 정책의 우선순위 메뉴에 ‘지역경제 활성화’가 항상 놓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도민들은 올 한해 자신들 경제생활을 어떻게 평가할까. 십중팔구는 ‘불만족’일 것으로 본다. 인간들 욕심에는 한이 없다. 어쩌면 영원히 만족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여기에 상대적 박탈감까지 겹치면 삶의 의욕마저 떨어진다. 남들은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데 자신은 만날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자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이것을 단순히 개인적 감정으로만 볼 수 없는 면이 있다. 통계를 보면 도내에서 부동산 소유 불균형으로 인한 자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제주지역 가구의 평균자산은 4억1203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2%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4.2%)을 5배 이상 웃돌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제주 가구 자산은 3억3998만원으로 전국 평균(3억6187만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전국평균을 3039만원 초과해 16개 시·도 중 서울(5억3576만원)과 경기(4억1393만원)에 이어 3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도내 가구 자산의 급증은 주로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은 3억2482만원으로 작년보다 24.4%(6379만원) 증가했다. 1년간 자산 증가분(7205만원)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88.5%를 차지했다.
이 같이 가구 자산이 급증하는 가운데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는 역설이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자산을 많이 보유한 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이득을 챙기는 반면 저소득층은 늘어난 임대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올해 도내 가구의 평균 재산소득(242만원)은 1년 전에 비해 1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도내 주택·땅값은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올랐다. 하지만 서민들의 ‘내 집’ 장만의 꿈은 멀어졌다. 이로 인해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에 출산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산 양극화가 서민들은 물론 미래 세대에까지 절망감을 주고 있다. 양극화의 주범은 땅과 주택 등 부동산이다. 소득 양극화보다 자산 양극화가 ‘빈익빈 부익부’를 더 초래한다는 사실이 제주사회에서 확인되고 있다.
‘2016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도내 연말정산 대상자 18만5093명 중 연간 총급여 2000만원 이하는 9만3027명으로 전체 50.2%에 달했다. 도내 근로소득자 평균 급여는 2750만원으로 전국평균(3245만원)보다 18%(495만원) 낮아 꼴찌였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 등 물가는 서울 못지않게 치솟았다. 기초 자산이 없는 서민들의 삶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 성장이 임금에만 의존하는 저소득층에는 ‘독(毒)’이 될 수 있다.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며 수저계급론에 매몰되는 젊은이들도 늘어날 법하다. ‘빈익빈 부익부’ 자산 양극화가 제주 공동체를 균열시키고 사회 발전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부동산 소유 불균형으로 인한 자산 양극화 심화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동산 가격 안정 및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민선6기 제주도정이 내세우는 제주미래비전의 핵심가치는 ‘청정’과 ‘공존’이다. 공존을 위해서는 도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산 양극화는 공존에 걸림돌이 된다. 자산이 없는 서민들도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정이 좀 더 분발할 것을 촉구한다. 무술년 새해는 제주사회에서 공존의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