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에 대한 새로운 로망스를 위한 제언
어업에 대한 새로운 로망스를 위한 제언
  • 홍성완 수산학 박사/ 제주특별자치도해양수산연구원
  • 승인 2017.1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회이던’ 바다 인기 하락 선원 기피
고수입·긴 휴가 선진 사례 도입 필요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바다는 ‘기회’였다. 전 세계적으로 어업자원이 풍부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어업에 꿈을 걸고 종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원양어선 등에 승선해, 물론 어선 생활이 힘들기는 했지만 육지에서는 벌기 힘든 ‘큰 돈’을 만지기도 했다. 어획량 금액에 따라 급여가 증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만선을 기원하며 조업환경이 좋지 않고 일이 고되어도 수입으로 위로받을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어선은 연근해뿐만 아니라 세계 해역에서 어업활동을 하고 있었다. 동남아시아·남미·아프리카에서 남빙양까지 수산물이 잡히는 세계 각지에 어업기지를 세워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고 젊은이들에게는 로망스가 있었다.

EEZ규제가 시작된 1977년을 경계로 오대양육대주에서 활약하던 원양어업은 쇠퇴의 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과도한 어획으로 인한 자원감소로 어업에 대한 장래성이 사라지면서 ‘선원(船員)’은 기피 대상의 직업으로 전략하게 됐다.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어업 취업자 연령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50%에 육박하고 있고, 30대 이하의 젊은층은 아주 적은 편이다. 반면 주요 수산국인 노르웨이·프랑스·뉴질랜드·독일·스웨덴의 경우는 젊은층부터 고령층까지 골고루 어업활동에 참여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다른 어업환경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나라들의 공통된 수산정책의 최우선은 ‘어업관리’와 ‘선원중심의 제도’ 마련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북유럽의 수산국 중 노르웨이는 노동과 경험으로 이루어지던 어업환경을 1990년부터 과학적이고 쾌적한 어업시스템으로 탈바꿈시켰다. 아주 엄격한 어업관리·규제 도입과 감척 등의 구조 조정을 통해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는 지속적 어업을 실천하고 있다.

합리적인 수산정책으로 인해 자원이 안정되면서 어가는 상승하고 위판이 이루어지는 항구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가 활성화됐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나가 새로운 일을 찾지 않아도 수산업과 연관된 산업이 생기면서 직업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젊은이들이 어업에 종사하는 가장 큰 요인은 높은 수입과 긴 휴가, 그리고 쾌적한 조업환경에 있다고 한다. 철저한 어업관리와 구조 조정을 통해 어업인 1인당 어획량은 착실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익률도 향상되어 어업인 수입도 높아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정부의 어업보조금이 30%에 달했으나, 2012년부터는 받지 않고 있다. 그리고 높은 수입과 더불어 장기간의 휴가가 있는 혜택이 있다.

수입이 좋고 휴가가 많다는 것은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의 대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럼 장기 휴가를 어떻게 하기에 받을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양이 어선마다 어종별로 정해져 있는 어업관리 제도에 의해 어획 할당량이 도달하면 어업시즌을 마무리하게 되는데 있다.

어업시즌이 끝나면 충분한 돈이 있기에 여유롭게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다. 장기 휴가는 어업인만이 아니라 수산물 냉동이나 가공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어선은 선원 복지에 초점을 맞추어 거주공간을 쾌적하여 조성하여 선상 생활에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업에서는 노르웨이와 같이 높은 수입도 장담할 수 없고 장기 휴가의 여유로움도 없다. 선원 복지공간도 좁고 쾌적하지가 않다.

이러한 어업환경에서는 젊은이들의 어선 승선 기피는 더욱더 심화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과학적이고 지속적인 어업관리 정책과 과감한 어업구조 조정을 통해 수익이 높고 선원 중심의 어업환경이 조성돼야할 것이라. 그래야 수산업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다시 어업에 대한 로망스를 갖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