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복지도지사를 원한다
새해에는 복지도지사를 원한다
  •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
  • 승인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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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회 그리 행복한 공간 아니
중하위권 행복지수평가 결과
개발 빈익빈 가속 복지비용 증대

내년 사회복지예산 1조원 시대 ‘홍보’
도민 행복 제고에 더 많이 기대
‘지방세 1조’ 복지투자 여력도 증가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도 평가 결과들이 있다. 하나는 한국지방자치연구소가 2013년에 조사한 것으로 만족도가 높은 행복구간은 ‘자연환경’인 반면 만족도가 가장 낮은 행복구간은 ‘건강과 복지영역’이었다. 또 하나는 2017년 제주연구원의 ‘행복지수평가 연구’로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9위로 중하위권이다. 제주사회가 그리 행복한 공간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제주사회를 규정하고 제주성장의 법률적 좌표라고 할 수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 10년간 제주도민의 삶의 질이 나아졌다는 실례적, 실증적 증거가 있을까. 11조에 달하는 외자유치, 관광객 1500만 시대, 지난 10년간 10만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전국 1위 등 높은 경제성장의 외형이 그 증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전국 평균 32% 대비 42%의 높은 비정규직 일자리와 전국에서 제일 낮은 임금도 교차하고 있다. 환경이 인내하는 총량을 넘어서서 쓰레기문제·하수도 오염 문제·교통 문제는 도민이 체감하는 당면한 현실이다.

대규모 개발과정에서 투기성 자본의 결합, 성산 제2공항 등 국책사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천정부지로 상승한 토지와 주택 가격은 다수 도민들에게 거주불안과 임대비 상승 등 경제활동 위축과 빈익빈 현상을 가속시켜 복지비용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제는 그간의 개발 사업에 휴식(休息)을 주고 그 이익이 환원되어 도민 행복도가 나아졌는지 냉정히 평가해보자”는 도민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도민 삶의 질과 관련한 제주의 사회복지환경을 보자. 제주도는 2018년 새해예산 편성기조를 설명하면서 “사회복지예산 1조원 시대, 전체 예산 대비 20% 시대를 열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1조가 갖는 예산의 묵직함이 있으나 전국광역자치단체 기준으로 했을 때 최하위수준이다. 또한 전체 예산 중 비율은 전국평균 25%대를 훨씬 하회한다.

사업별 예산 총량 분석 시작연도인 2008년 제주의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14.9%였으며 20017년은 19.6%로 증가율이 4%대다. 전국평균은 2008년 17.3%에서 2016년까지 25.4%로 8% 증가했으니 제주도의 증가율은 전국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그뿐인가. 재정자립도도 2017년 현재 39.6%로 전국평균 53.7%를 훨씬 하회하는 최하위 수준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는 보통 이른바 개발을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개발 지향적이며 복지 회피형인데 김태환·우근민·원희룡 도정으로 이어지는 지난 10여년간의 복지재정 증가율을 보면 복지지향적이지는 않다.

이런 와중에 제주도는 “작년 전국평균인 25%대 사회복지예산 확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재임 6년간 복지예산을 21.9%에서 31.8%로 10%포인트 증액했고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서울형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전국평균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서울시는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제주도에서 말하는 난제도 있다. 8대2의 국세와 지방세율, 고정된 3% 보통교부세, 정부의 제주도 복지비용 분담 요구율이 지난 10년간 6대 4에서 5대5를 넘어 역전되고 있어 추가복지재정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주의 고령률은 전국보다 높은 13.6% 대비 출산율 하락으로 불과 10년 내 인구절벽이 올 것이란 예상이다. 사회동력이 사라지는 시간이 생각보다 여유 없이 옥죄고 있다. 비만율과 흡연율·음주율·자살률·범죄율 등이 모두 상위 수준으로, 사회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편이다. 이 지표들을 볼 때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지난 20일 제주도는 외부차입금 1321억원 전액을 상환하였다고 발표했다. ‘채무 제로(zero)’시대를 열었다는 자평인데 23년 만에 빚을 청산한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지방세 수입 1조 시대도 열었다. 그만큼 사회복지 등 도민의 행복도를 높이는데 투자할 여력이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 새해에는 복지도지사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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