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이 건넨 차 한 잔의 감동
여중생이 건넨 차 한 잔의 감동
  • 양경저 제주시 종합민원실
  • 승인 2017.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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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홍조를 띄우던 나뭇잎들이 제 갈 길을 서둘러 떠나는 길목에 서 있다. 잔뜩 추운 날씨 탓일까? 지난해 12월 어느날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지난해 12월 1일, 제주도에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게 됨에 따라 집중 홍보기간에 2명씩 1조가 되어 클린하우스에서 야간 근무를 하게 되었다.

겨울이라 일찍 어두워졌고, 추운 날씨 속에서 바람막이 없이 클린하우스 야간 근무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밤이 되면 더욱 매섭게 부는 바람과 낮은 기온 앞에서 우리는 동동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여느 때만큼 추운 날씨였다. 클린하우스 맞은편 건물에서 중학생 쯤 보이는 여학생이 우리에게 쑥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와 유자차 한잔씩 건네는 것이었다.

그 여학생 눈에도 매일 밤 6시부터 9시까지 늘 같은 장소에서 추위에 떠는 우리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던 것일까? 우리에게 건네 준 뜨거운 유자차를 마시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여학생이 보여 준 감동의 온기 덕분에 클린하우스 야간 근무를 따뜻하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유자차 한 잔’이라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 그 여운을 오랫동안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타인을 배려하는 친절은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던진 아주 작은 돌멩이와 같다. 던져진 돌멩이가 물결 위에 커다란 파장을 만드는 것처럼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사상가인 톨스토이는 ‘친절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며 모든 비난을 해결하고 얽힌 것을 풀어주고,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만들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라고 하였다. 그러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친절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지난날 뜨거운 유자차의 감동을 주었던 여학생처럼 누군가의 가슴 속에 따뜻한 온기를 줄 수 있는 마중물로서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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