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란 대미수출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면서 감사가 내 놓을 결과물에 조명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1999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사업의 전반적인 무대가 '미국'이라는 점을 비롯해 관련자 대부분이 현직 공무원으로 내용을 알고 있다해도 불리할 것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자금 추적을 한다해도 미국 농장을 통해 현지에서 빠져나간 자금출처를 정확하게 짚을 수 있나하는 점, 특히 이 사업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고 있는 공무원이 올해초 사직서를 낸 후 미국이민설과 함께 잠적한 점 등 감사반을 가로막을 벽이 곳곳에 도사린다는 분석이다.
또한 현재 이 업무를 맡고 있는 제주도지방개발공사는 이 사업이 '부실덩어리'라는 지적을 받은 후 '수습차원'에서 업무를 이양 받은 탓에 '업무개시 이전' 일에 대해서는 모를 수밖에 없는 처지일 것으로 보인다.
이전 호접란 대미수출사업을 전담했던 제주교역 역시 대표이사가 바뀌고 제주도가 주식을 현금화시켜 회수하는 등 현재로서는 이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셈이다.
결국 남아 있는 것은 자금의 흐름과 사업이 전개된 내용을 담은 장부 뿐 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도민들은 "조사하기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지만 다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감사여서는 더욱 곤란하다"며 감사반의 분발에 기대를 보내고 있다.
▲무엇을 살펴야 하나.
호접란 대미수출사업을 선택한 당시 도정 목표에 대해 '기우는 1차산업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명분을 달아 준다해도 16농가가 참여하는 사업에 '감귤대체작물' 운운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도민사회의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해 이 사업에 대한 용역 결과, '감귤 대체 작물'이라는 구호는 현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일부 농가를 위한 극히 제한된 사업'이라는 분석이 내려졌다.
더욱이 100억원 이상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극소수 농가를 위해 집행하는' 당시 제주도정의 과단성에 대해 도민들은 혀를 내두르는 실정이다.
호접란을 재배하려면 농가에서도 비교적 많은 자금을 투입, 유리 온실을 갖춰야 가능하다는 면에서 제주 도정의 또 다른 '목적'이 궁금한 것이다.
무작정 치달은 사업은 시험재배 부재로 '제주에서 구입한 호접란을 현지에서 폐기시키는'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했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대만산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는 주된 배경이다.
한 관계자는 "제주산을 사다가 키운 후 미국 시장에 파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사업영역"이라며 "이 사업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대만 업체들조차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라고 털어놓은 뒤 "손해를 조금이라도 덜려면 대만산을 사다가 미국 시장에 유통시키는 방안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후 제주도는 미국 LA인근 현지에 농장부지를 구입했다.
일부 시설이 갖춰진 농장으로 다시 여기에 추가시설을 갖춰 제주산 호접란을 들여다 키운다는 것이 제주도정의 복안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최종적으로 이곳을 살핀 제주도의회 농수산환경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완공되지 않았을 뿐 더러 그 많은 자금을 들인 결과물'을 얼른 수긍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여기서 감사반은 자금의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공사대금으로 미국 현지농장에 건넨 돈들이 제대로 쓰였는지 아니면 현지 농장 건설 수의계약 과정과 다시 공사 업체가 바뀌면서 다른 통로로 흘러간 부분은 없는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지 농장 매매과정도 의혹의 대상이다.
당초 후보지 중 가장 비싸면서도 차후 이용가치가 덜한 현 농장부지를 사들인 과정과 '윗선에서 이를 조종한 정황'을 따져야 할 것으로 거론된다.
바이어와의 호접란 불평등 계약을 맺은 탓에 제주도는 수 천만원에 달하는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이어가 제주도에 주소를 둔 인사의 친. 인척이라는 설과 함께 당시 도지사와 정치적으로 밀접했다는 소문도 도청 안팎을 나돌았다.
도민들은 이번 감사와 관련 "우선은 돈의 흐름을 중시해야 한다"면서 "도내 농가의 경우 한. 두달이면 지을 시설을 놓고 제주도라는 행정당국이 엄청난 돈은 써 가면서 몇 년을 허비한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이번 감사를 계기로 정책을 빙자한 방만한 사업들이 다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