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개정안 통과 반대한다”
“제주특별법 개정안 통과 반대한다”
  • 김철웅 편집국장
  • 승인 2017.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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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2명 증원 골자 10월에 발의
도민의견 전혀 반영 안돼 문제
도민 ‘증원’ 찬성 25%·현행유지 53%

행정시장 예고제 등은 나중에 들어
도민 스스로 결정할 기회 박탈
통폐합 갈등도 자치역량 위한 과정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지방주민이나 자치단체가 자신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정치제도다. 쉽게 말해 지역의 일을 지역주민들이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지방자치 부활’의 역사도 30년을 넘겼다. 5·16 군사 정변으로 30여 년 동안 중단됐던 지방자치제도는 1991년 시·군·구의회와 시·도의회 의원 선거에 이어 1995년 기초 및 광역 단체장도 선거로 선출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30년 넘긴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일이 현재 제주도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제주도의회 의원 2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 작업이다. 국회 위성곤 의원은 지난 10월 제주도의원 정수를 현행 41명에서 43명으로 ‘2명 증원’ 및 ‘행정시장 예고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문제는 새로운 자치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도민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도의원 2명 증원은 ‘확실한’ 도민 반대가 확인된 사안이다.

도의원 2명 증원을 발의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헌법재판소가 정한 인구 상한선 3만5000여명을 초과, 분구가 이뤄져야 하는 제6선거구(제주시 삼도1·2동, 오라동 3만6079명)와 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 5만3459명)에 대한 대책이다.

현행 정원 내에선 2개 선거구를 분구해 4개로 만들면, 당연히 2개로 통폐합되는 4개 선거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선거구 주민들의 반발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터이니 “차라리 2명을 증원하자”는 얘기인 셈이다.

아무리 갈등 예방을 위한 ‘최선책’이라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지방자치 차원에서 용납될 수가 없다. 지방자치의 근간인 도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소수의 정치세력이 추진하고 있다. 도의원선거구획정위가 지난 2월 ‘의원 정수 2명 증원’ 권고안을 제출할 당시에도 도민 1600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도의원 증원 찬성은 33%에 불과했다. 현행 유지가 53%, 도의원 정수 축소 의견도 14%였다.

뿐만 아니라 도지사·도의장·지역 국회의원들이 이른바 ‘3자회동’을 갖고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을 백지화하고 도민여론을 듣기 위해 지난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증원 찬성’은 고작 25%였다. 비례대표 축소에 대한 목소리가 갑절 가까운 49.1%가 나왔다. 도민들은 증원 말고 기존 41명 범위 내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위성곤 의원은 ‘2명 증원’을 대표발의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에 대해 제주도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주지 않고 중앙 정치권에 맡겨버린 셈이다.

도민들이 반대하는 것을 소수의 정치세력이 밀어붙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차원에선 도의원 2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은 이뤄지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에 담긴 ‘행정시장 예고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도민들의 동의가 없다. 추진 사실 자체도 몰랐다.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제출됐다는 언론보도와 함께 들려졌을 뿐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지방자치의 주인인 도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무효’다. 그런데 일방추진이다. 국회의원 맘대로 법을 개정하고 따르라는 건 또 다른 형태의 ‘관치(官治)’다.

그래서 통과돼도 문제다. “누구 맘대로 했느냐”의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제주도 자치의 틀을 바꾸는 법을 개정하면서 도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개정안 발의는 원천무효나 다름없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는 것처럼 도민들의 찬성과 지지가 없는 지방자치는 있을 수 없다.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논란이 예상된다. 아니 반드시 논란이 있어야만 한다. 소수에 의해 만들어진 법률이 지역사회에서 용인되고 통용된다는 것은 제주도민의 자치역량 부족을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선거구 통폐합이 이뤄지면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 갈등도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역량을 키워가는 과정이고 비용이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못할 일은 없다. 누에가 고치를 벗어내는 아픔을 겪어야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것처럼, 지방자치도 갈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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