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시간 과도 학생 인권침해 우려한 결정
일반고 동일 자격 대입 전형도 부담감 작용

더 좋은 교육기회 주고자 신청했지만 실습시간 아이들에게 무리
간호대학 꿈꾸는 학생 많아도 일반고와 똑같은 ‘대입 문호’ 한계
20일 제주도의회 예결위원회의 교육비특별회계 3차 추경예산안 심의에서는 중문고등학교의 도제학교 철회 건이 논란이 됐다. 프로그램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섣불리 신청했다는 것이다. 운영에 대한 충고도 잇따랐다. 간호조무사만 양성할 것이 아니라 간호대학 진학을 통해 간호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아이들에게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바깥의 지적을 그동안 중문고는 모르고 있었을까. 바로 여기에 중문고를 포함한 도내 특성화고의 공통된 고민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제주 최초 순수보건·의료 특성화고인 중문고등학교는 지난해 도교육청의 제안에 따라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도제학교에 신청해 선정됐다. 학교에는 6억5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학교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도제학교의 방향은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요양보호사 양성이었다. 정부는 도제학교로 운영되기 위해 실습 780시간과 이론 740시간 등 1520시간을 3년간 공부하도록 돼 있는 보건간호과 학생들에게 간호조무사 과정 1520시간 이수 외에 요양보호사 과정 893시간을 더불어 이수하도록 요구했다. 학교는 실습시간이 과도해 학생들의 인권 침해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다. 요양보호사보다 간호조무사 일이 학생들에게 더 낫고 더 맞는 일자리라고도 판단했다.
이상훈 교장은 “도제학교 선정으로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교육과정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고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지적했다.
간호대학 진학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미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중문고 학생들은 졸업과 함께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얻는데 대부분이 간호사를 꿈꾸고 있다.
간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얻으려면 우리나라 현행법에서는 4년제 간호대학을 나와야 한다. 하지만 제주지역에 있는 제주대와 제주한라대 간호학과는 전문계열 졸업생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반고 학생과 똑같은 자격으로 대입 문호를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실습 경력은 많아도 국·영·수 수능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문고 학생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과정이다.
이상훈 교장은 “밖에서 여러 조언을 많이 건네지만 실제 아이들의 진학과 취업은 지역사회의 대학과 정부의 규제가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어서 학교로서는 한계를 홀로 극복할 수 없는 구조”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