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조성한 마을 재산을 지자체의 사전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한 것은 선량한 풍속 및 미풍약속에 정면으로 반하는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물론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1심판결에 불과하지만 ‘눈먼 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보조금 집행 및 사후관리 풍토 아래서 사법부가 보조금 사업의 성격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향후 유사사건이 잇따를 전망이다.
제주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고충정 부장판사)는 10일 제주시가 도두2동 신사수 마을회와 전 대표 김모씨(63)를 상대로 제기한 복지회관 토지 및 건물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등 청구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피고(김씨)는 자신에게 이전된 마을회관에 대해 소유권이전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원고(제주시)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조금으로 조성된 마을재산을 본래의 사업목적에 사용하지 않고 이를 위반하거나 공공에 이바지하지 않을 때 제주시장은 이비 교부한 보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 반환을 명할 수 있도록 제주시가 교부조건을 제시한 것은‘보조금 교부약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마을회가 보조금으로 조성된 자산을 일방적으로 특정인에게 등기이전 한 것은 보조금 교부조건을 위배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신의원칙과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제주시는 1996년 도두동 하수종말처리장 확장공사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자 민원해결 차원에서 1998년 복지회관 건립비로 3억4400만원을 신사수 마을회에 지원했다.
제주시는 이어 2000년에는 감정가 1억6600만원의 마을회관 건립부지까지 제공했으나 마을회는 2004년 4월 김씨에게 재산을 매각하자 지난 6월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