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2달 앞으로
중증환자 치료 중단 가능
가족 동의 후 국가윤리위서 결정
내 목숨 여부 남들이 결정할 수도
오남용 대책 없는 시행 안돼
불가침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 위배
현대 의학의 발달 덕분에 인간이 죽는 시간도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의학적으로 죽음은 순환기와 호흡기능이나, 뇌간을 포함한 뇌 전체기능이 중단된 것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호흡기 등 장치를 사용하게 되면 호흡기능이 멈추지 않게 된다.
이러한 인위적인 죽음의 연기에는 많은 의료경비와 보호자들이 희생을 요구된다. 이런 국가적 의료비 손실을 줄이고 보호자를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연명의료결정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에 의하면 ‘의식이 없는 환자는 가족이 동의하고 위원회가 동의하면 더 이상 치료는 하지 않는다’. 물론 의식 있는 환자는 환자 본인이 동의해야 한다. 통증치료 등 만 하고 병의 치료는 중단된다. 소생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병원 가기가 무서워질 것 같다. 병원에서 의식을 잃으면 그 순간부터 내 생명은 내가 아니라, 가족과 국가윤리위원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안락사와 다른 점은 독약을 주지 않는 것뿐이다. 여하튼 의식을 잃고 가족과 의사가 ‘치료 불가능’으로 판단하고 위원회에서 치료 중단 결정을 내리면 죽기를 기다려야할 판이다.
찬성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나는 반대한다. 죽음의 문제는 한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실제로는 의학적 추정일 뿐이다. 그런데 연명의료결정법 하에선 이 추정도 전문의 1명의 확인이면 된다.
국가윤리위원회에서 앞서 내려진 추정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문의가 내린 판단이 틀렸다고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의학적 ‘추정’과 ‘확인’을 하는 것은 경제적 이유 등으로 중환자가 부담스러운 병원과 국가의 위원회가 맡게 된다.
이 법은 환자 간호에 지친 불쌍한 보호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 때문에 제정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이미 노령화시대로 들어갔다. 통계적으로 65세 이후에 일생 의료비의 절반을 사용한다고 한다. 더구나 죽기 전 수개월 동안 대부분의 의료비를 사용한다. 현재 중증환자의 의료비는 95%를 국가가 부담하고 개인은 5%만 부담한다.
법 시행으로 중증환자가 줄어들게 되면 이익 보는 집단은 어딜까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첫째 중증환자 의료비의 95%를 부담하는 국가다. 두 번째는 병원이다. 중증환자들에 대해 국가로부터 비용을 받지만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매우 이익이 적은 환자군이다.
병실을 자주 돌리고 검사를 많이 해야 돈이 된다. 신규 환자는 돈이 되지만 오래 입원하는 중환자는 많을수록 손해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병원 측에서도 중환자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법 시행의 결과는 자명해 보인다. 일단 보호자나 환자는 의료행위에 있어 항상 ‘을’의 입장이다. 그래서 을인 환자와 보호자는 국가·병원, 그리고 의사 등 ‘갑’에 의해 설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치료가 가능한 환자도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로 둔갑할 개연성도 존재한다. 법이 시행되면 병원에 환자와 환자 보호자 설득팀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서 치료 불가능한 환자가 ‘인위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의식을 잃으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생명에 관한 법이 아무런 국민 홍보도 없이 법이 시행되려 하고 있다.
시행을 불과 2달 앞두고 있으나 모르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국민들에게 자세한 설명이 시급히 필요하다. 시행을 늦추고 국민과 함께 좀 더 고민해야 할 법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이득’을 보는 ‘국가’와 ‘병원’이 환자가 죽을 것으로 추정하고 확인하면 한 국민은 종말을 맞아야 한다. 좀 더 나아가 이득을 보는 집단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가 가능한 환자에 대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면 누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법적 남용에 대한 대책이 없이는 시행은 대한민국 국가의 헌법 제10조 위반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조문의 준엄함을 정치권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