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을 쌓아놓고 생계 지원금을 받는 사람은 어떤 부류일까. 또 행정당국은 어떻게 했기에 이런 ‘부자’들을 ‘극빈층’으로 분류해 혈세가 줄줄 새나가게 했다는 말인가.
참으로 보통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실제 지원을 받아야 할 극빈층이 그 대상에서 제외돼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니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국회 국감자료에 따르면 극빈층의 생계를 보장해 주기 위해 지출되는 기초생활보장 지원금이 엉뚱한 데로 새고 있다고 한다. 제주지역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30명이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인 금융재산 3500만 원보다 많은 예금을 가지고 있고, 특히 이 가운데는 1억 원 이상을 보유한 재력가도 4명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보장제란 극빈층의 최저 생계비를 보조해 주는 기본적 복지시스템을 말한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선정되면 1인당 한달 평균 29만 원 정도의 정부 보조를 받는 데, 기초수급 대상은 소득이 최저 생계비 이하이거나 부양 해줄 가족이 없거나,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상태에서 금융자산이 3500만 원 이하인 경우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들 수급자에 ‘가짜’가 끼여 있다는 것은 행정당국의 사전·사후 관리체계에 구멍을 드러내고 있음이다.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서도 나랏돈을 타내려는 낯두꺼운 사람들도 비난받아야 하지만 이를 걸러내지 못한 까막눈 같은 복지행정 시스템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빈곤층이 날로 늘어나 이의 복지 문제 해결은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기본적 복지시스템마저 이처럼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이제 부정 수급자에게는 지원금을 회수하고 고발하는 등 엄격하게 대처해야 하겠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복지행정 시스템을 잘 추스르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