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중심 학사운영에 병설유치원 ‘찬밥’
초등 중심 학사운영에 병설유치원 ‘찬밥’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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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상급학생 같은 식단…초등 신학기 앞당겨 방과후과정 폐지

교육부 ‘유아교육 연중 무휴’ 원칙에 위배…정책방향 전환 시급

제주도교육청의 ‘1월 학사일정 마무리 지침’으로 제주시 동지역 상당수 병설유치원이 2월 방과후과정을 폐지하면서 ‘병설’ 유치원의 ‘불완전한 지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학부모들은 물론 유치원 현장에서는 ‘공교육의 찬밥’신세인 병설 유치원의 모호한 지위에 대해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병설 유치원은 기존의 학교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유아교육의 토대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1980년대를 전후해 도입됐다.

병설 유치원은 공교육 체계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교사 선발이나 교육과정 관리의 측면에서 사립 유아교육기관보다 교육의 질이 높다고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도교육청이 실시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 학부모의 90%가 병설유치원을 지지할 만큼 지역사회에서 신뢰도가 높다.
 
그러나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에 병설돼 있기 때문에 식단, 조리법, 화장실 시설 등 여러 면에서 배려를 받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는 시기에는 원아 급식을 누가 만들지를 놓고 매년 학교에서는 ‘내홍’이 벌어진다. 도교육청의 ‘1월 학사일정 마무리 지침’에 따라 2월 방과후과정을 운영하지 않기로 한 학교가 생겨난 근본 원인도,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학사를 운영하는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은 1월 졸업식 이후 방과후과정을 운영하지 않거나 일수를 줄인 학교의 조치에 대해 “아이 맡길 곳이 없다”며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반면 해당 유치원의 원장(교장)들은 “졸업생을 학교에서 다시 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는 방과후과정을 연중무휴 원칙으로 지역 교육청에 안내하고 있지만 결정은 교육감의 몫이라 문제 삼기는 어렵다”면서도 “방과후과정을 운영하지 않으면 지역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유치원 교사들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병설 유치원은 초등학교에 세를 살고 있는 것과 같다”며 “원아들은 6학년과 같은 식단을 먹고 같은 화장실을 쓰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7세를 병설유치원에서 프리스쿨 개념으로 가르치겠다는 교육청의 방침에 대해 “7세가 의무 교육일 때 가능한 이야기”라며 도교육청의 유치원 정책 전반에 방향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한편 도교육청은 본 지 18일자 기사(“병설유치원 ‘한 달 공백’ 어떡하나”)에 대해 제주시 동지역 병설유치원 중 2월 방과후과정을 ‘하루도 운영하지 않는 학교’는 인화초, 도련초, 노형초, 일도초, 아라초, 월랑초, 신광초, 영평초 뿐이라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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