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순례길 따라 <2> 제주 불교의 성지 ‘관음사’
제주 순례길 따라 <2> 제주 불교의 성지 ‘관음사’
  • 나철균 기자
  • 승인 2017.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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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인욕의 길’ 첫 시작점

제주 불교 순례길 ‘인욕의 길’의 첫 시작 지점이기도 한 관음사. 제주에서 한라산으로 오르는 산록도로 초입, 한라산 650m기슭에 자리한 조계종 23교구 제주 관음사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며 제주불교 중심에 있는 사찰이다.

▲ 관음사 일주문

일주문을 지나 곧게 뻗어있는 삼나무와 세월의 흔적을 지내온 석불들을 따라 가면 두 번째 문인 천왕문에 다다르게 된다.

▲ ‘인욕의 길’의 첫 시작 지점이기도 한 관음사. 관음사 입구에 있는 석불.

이렇게 일렬로 도열해 있는 석불의 수는 108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해 인간이 겪게 되는 온갖 번뇌를 가리킨다는 108번뇌. 사찰에서 아침저녁으로 종을 108번 치는 까닭은 바로 이 108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처럼 이 108개의 석불을 지나면 꼭 108번뇌에서 벗어 날 것만 같다.

석불을 지나면 1968년 이후 복원된 대웅전과 지장전, 연못 등이 눈에 들어오고 한라산 동쪽 기슭의 아미봉 앞에 자리잡은 커다란 미륵불도 보인다. 경내를 보고만 있어도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관세음보살이 나올법하다.

지금으로부터 1천 년 전인 고려 문종(1046∼1083) 때 창건됐다고 전해지는 관음사는 조선 숙종(1661~1720) 때 숭유억불 정책으로 완전히 폐사되었다. 이후 명맥만 이어가던 이곳은 혜월당 봉려관 스님의 원력으로 1908년 관음사를 창건하고 불탑사와 법화사를 중창했다.

▲ 관음사 봉려관 스님.

어른 두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겨우 서있을 수 있는 토굴인 해월굴에서 봉려관 스님은 당시 지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년간 관음기도를 드리며 법당과 요사를 완공했다고 전해진다.

지난 13일 이곳에서 혜월당 봉려관스님 진영봉안식이 있었다. 두옥문도회와 봉려관선양회 등 사부대중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혜월당 봉려관스님 진영을 지장전에 봉안했다.

제주도민과 흥미롭고 활기찬 불교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은 특히 “법회 기획단을 꾸려서 대중법회를 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 싶다”며 “새롭고 예능적인 법회를 만들어서 불자와 지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고 그 안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며 행복한 삶을 이뤄 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 관음사 지장전.
▲ 관음사 미륵불.

70년 전 제주 4·3사건의 격전지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시련을 맞기도 했던 제주 관음사는 모든 전각이 전소되는 비운도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때의 아픔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아마도 제주도민의 불심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도량으로 갖춰지기 힘들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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