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모두가 힘을 합쳐도 부족한 판에 자꾸 다른 소리가 나서 힘들다'는 말은 이 시점에서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지난 5월 20일 발표한 홍가포르 프로젝트 자체가 '정부내의 조율이나 공감대 형성 없이' 튀어나온 '실천을 담보 받지 않은' 심한 표현을 빌리자면 '말로만'이라는 지적이다.
이후 이어진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 및 '제주도 기본계획안' 등은 모두 이 발표에 힘을 받은 것으로 '변화가 주는 우려보다는 변해야 제주도에 미래가 있다'는 목소리가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 것이 사실이다.
제주도의 '도민 힘을 합쳐야'라는 호소 역시 이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
제주도 기본계획안이 정부에 거의 받아들여져 국회 상정 등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일부 도민의 활약에 의해'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면 '제주도 내부의 문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알맹이를 거의 전부 빼 버린 '특별자치도법'이 준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 청와대와 제주도가 현실을 엄청나게 부풀렸다는 비난에 자유로울 수 없다.
다시 제주도가 정책 전반을 되짚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비롯해 투자유치를 도모할 수 있는 제도, 도민이 제주도를 꾸려갈 수 있는 자치권 등이 없다면 '제주도가 계층구조 등을 포함'한 시험대 구실을 굳이 자초할 이유가 없는 탓이다.
▲뭘 하자는 국제자유도시인지.
사실 제주도민 대부분은 제도나 법률 등에는 별 반 관심이 없다.
'전국의 1%, 수년 째 이어지는 불경기, 젊은 취직 자리의 부족, 전국 소득수준의 80%, 1차산업 및 관광산업의 위기' 등을 특별자치도 및 국제자유도시로 넘어야 한다는 내용이 더욱 절실하다.
구체적으로 법인세율을 자체적으로 정할 경우 다른 지방에 비해 낮게 책정하면 국내.외 대기업들이 제주에 업체들을 이전시킬 것이고 도 전역 면세화는 '관광객 규모를 크게 확대', 북한 관광지 개방 등 외부의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는 계산이 밑에 깔려 있는 것이다.
또한 '공대위'가 극력 반대하는 교육. 의료 개방도 다소의 부작용을 각오하면서까지 '할 수 없는 대세'라고 여겼다.
하지만 340여 가지의 권한 이양을 요구한 제주도에 대해 정부 부처는 '무슨 소리냐'며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인 부분만 가능하다는 자세를 보이는 형편이다.
제주도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내용이 빠진다면 '특별자치도나 국제자유도시가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 도민들의 불만이다.
▲제주도정은 입장을 정확히 해야.
정부부처의 움직임이 대충 파악되면서 제주도민사회가 술렁이는 가운데 제주도는 '1단계 권한 이양'후 연차적으로 가져오면 된다는 마지노선을 깔았다.
제주도에 별 다른 변화를 주지 못할 140여건의 권한을 이양 받고 특별자치도를 꾸려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를 보강하면 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개발 특별법과 국제자유도시특별법' 등에서 '담보물 없는' 약속의 허무함을 잘 알고 있다.
필요 예산의 20%를 더 줘야 한다는 내용이 법안에 담겼음에도 불구, 정작 정부 예산당국은 제주도가 요구할라 치면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을 들먹이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하기 일쑤다.
'이번에는 곤란하지만 차차 주겠다'는 것이 정부와 제주도정의 도민에 대한 답변이라면 당장 대선을 치르는 2007년부터 '누가 책임지고 제주도를 챙길 것인지'가 궁금해지고 있다.
도민들은 이러한 상황에 비춰 '국제자유도시를 향한 제주도가 서두른 계층구조개편'까지를 한 데로 묶은 '정부와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도 나서야.
최근 도의회는 정부. 여당쪽에서 흘러나오는 '계층구조와 특별자치도의 분리추진'에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건의서를 정부 .여당에 전달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부부처의 반대에 부딪친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활동이나 관련 과정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제주도에 대해 '정보의 공개'를 요구한 후 이를 공론화시키는 데 도의회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민들은 "제주도는 어차피 행자부 등 정부의 설득논리에 반발할 수 없는 처지이고 보면 제주도의회가 중심이 된 도민사회가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특별자치도 및 국제자유도시 계획을 위한 제도나 법률정비가 허명의 문서로 드러날 경우 행정계층구조개편 등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며 제주특별자치도 정부안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