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에게 말 걸지 마세요”
“버스기사에게 말 걸지 마세요”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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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배려가 우선이다’
- 교통선진국 홍콩을 가다
<2>버스 운전기사 최대 의무는 승객 안전
▲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연이어 들어오는 버스들은 정류장 앞에 이르기 전까지 출입구를 개방하지 않는다. <사진=박민호 기자>

홍콩의 일반 버스는 현금을 내면 거스름돈을 따로 주지 않는다. 또 심지어 목적지를 운전기사에게 물어도 절대 답변을 하지 않는다. 운전석 한켠에 운전기사에게 운전 중 말을 시키지 말라고 게시돼 있기도 하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단순히 생각했을 경우 거스름돈을 주지 않고, 물음에 답변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쾌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깊은 속뜻이 숨어있다.

버스 운전기사의 의무는 ‘승객의 안전’이다. 안전 속도를 지키며 승객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이행하기도 바쁜데, 모든 승객의 요금 정산이라니.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홍콩은 버스 운전기사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 ‘안전운행’이라는 ‘최소한의 임무’만 부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승객이 요금을 초과해서 지불하게 된다면, 그 금액은 버스회사의 기타 수익으로 돌아가 버스회사 자체적으로 버스의 시스템과 환경을 개선하고 적자 수익률 부분도 맞춰 나가고 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한 또하나의 규정은 버스 정류장의 완벽한 정차 의무다. 제주의 경우 대부분의 버스들은 줄지어 도착하거나 앞서 있는 차량 때문에 정류장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정류장 밖에서 입구문을 열어 도로에서 승객들을 태우기 일쑤다. 심지어 정류장 버스 정차 범위 밖에서 이미 정차했다는 이유로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을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현지 교민 음형준(Tony Um)씨(22)는 “(한국에서) 정류장을 지나쳐 버리는 버스를 세우기 위해 손을 들고 정차시켜야 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며 “한국은 물론 제주의 버스들은 정거장을 지나 세우거나 그 전에 세운다. 하지만 홍콩의 버스는 절대 그렇지 않는다. 오직 정류장 앞에만 정차하고, 그 앞에서만 문을 연다”고 강조했다.

▲ 홍콩 도심의 도로는 대부분 2차선~3차선이다. 그럼에도 버스는 정해진 구역에서만 정차하고 출입구를 개방할 수 있도록 규정됐다. <사진=박민호 기자>

실제 지난달 17일 홍콩 현지에서 시민들의 버스 탑승 모습과 버스 운전기사의 모습을 살펴본 결과, 버스 표지판 앞 탑승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고, 연이어 버스들이 들어서고 있었지만 버스들은 먼저 들어온 버스가 출발해 정거장 앞에 도달하기 전까지 입구와 출구를 개방하지 않고 기다렸다.

이는 도로 노선이 2차선에서 3차선 정도로 넓지 않은 홍콩이 버스 정류장을 분산시켜 정차로 인한 도로 정체를 최소하도록 도로와 버스 체계를 개편한 것은 물론 승객이 도로 밖으로 나와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오랜 시간 대중교통 이용객과 운영자 등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취재는 제주도기자협회의 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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