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콘텐츠진흥원으로 묶어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사업운용 가능
영화인, “로케이션 지원은 조직규모 키우면 악화, 타 지역은 해체 분위기”
사단법인 제주영상위원회(위원장 원희룡 제주지사)의 해체 문제를 두고 문화계가 들끓고 있다. 제주도는 영상위를 해체하고 현재 영상위가 자리한 문예회관 인근 건물을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바꿔 영상산업과 애니메이션, 콘텐츠사업을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도내·외 영화인들은 앞서 콘텐츠진흥원을 만들었던 지역의 실패 사례를 전하며 영상위 존치가 제주에 더 유익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통합, 시너지…제주도의 청사진
제주도는 제주영상위원회와 아시아CGI센터를 통합하고 제주테크노파크의 문화콘텐츠 기능을 흡수해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도가 출연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문화산업화 전략의 핵심 기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개원 시기는 내년 2월로 보고 있다.
2015년 계획 수립 용역과 2016년 타당성 분석 용역, 2017년 조례안 통과와 제주도의회 진흥원 설립 출연금 동의안 통과까지 설립 추진에 따른 조직 구성과 예산 확보를 위한 행정 절차는 얼추 마무리한 상태다.
도는 콘텐츠진흥원이 제주영상산업과 애니메이션, 컨텐츠산업 등과의 동반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각종 정책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영상산업이 가지는 원소스멀티유즈(one-source-multi-use)의 특성을 고려할 때 컴퓨터 게임, 캐릭터, 음반 등 영상산업과 연계한 다양한 정책사업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도는 영상위원회가 도에서 보조금을 받는 현행 사단법인에서 자체 예산을 운용할 수 있는 재단법인으로 전환됨으로써 업무를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도 판단하고 있다.
△허울 좋은 통합, 불확실한 시너지 효과
그러나 도내·외 영화인들은 같은 조직 개편을 두고, 제주도와 전혀 다른 전망을 보이고 있다.
11일 하워드존슨 제주호텔에서 제주영상위원회해산반대범영화인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제주영상위원회 진흥 전략 방안을 위한 정책 제언 설명회’에서 안영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콘텐츠라는 하나의 가치로서 독자성 있는 장르(영상, 영화 등)를 통합할 수가 없다”며 “도의 정책적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안영진 대표는 “성공한 웹툰을 영화로 만들어 성공했다면 화제작 웹툰때문에 영화가 잘 된 것이지 이것이 융복합 작업에 의한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융복합으로 인한 각 장르의 시너지 효과라는 것은 환상”이라고 꼬집었다.
강석필 한국영상위원회 사무총장은 “원래 영상위는 촬영에 필요한 공공기관 협조 조율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만든 돌격대 같은 단체로 긴급성, 유동성, 탄력성이 요구되는데 규모가 커지고 관료화되면 현장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기능 저하를 우려했다.
강석필 사무총장은 “김대중 정부때 문화 클러스터가 유행이었지만 성공한 사례가 없고, 최근 타 지역은 콘텐츠진흥원을 해체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변성진 제주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콘텐츠진흥원 설립 용역과정에서 영상위를 존치시키는 방향으로 논의되던 것들이 어떻게 갑자기 통폐합으로 결정됐는지 의문”이라며 소통 과정을 문제 삼았다.
이날 참석한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원도 “정책이 영상위원회의 독자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데 제주도가 그렇지 못 한 결정을 하고 있다”며 통합 반대 의견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