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밀집 등 광장 가치·수요 높아져
제주도심 문화향유 장소 확보 필요
광장은 서양에서 도시시설의 하나로 도시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500여년 전 그리스의 아고라(agora)는 정치와 재판과 사업과 축제의 활동을 담은 종합 공간을 창출했다. 이 공간에서 민주주의 번영·시민의식과 공공성 등을 잉태하고 키웠다.
나라에 따라 독일의 플라츠(platz)나, 프랑스권의 플라스(place), 영어권의 스퀘어(square), 미국권의 플라자(plaza) 등 이름만 달리한 채, 때로는 종교적 속성, 때로는 정치적 속성, 때로는 상업적인 속성으로 부각되어 광장문화로 만들어졌다. 물론 복잡한 도시 안에서 드러나기 어려운 ‘시민여유의 향유’ 역할도 수행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리와 장터가 서양도시의 광장과 의미를 같이한다.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거나 모여드는 천안삼거리 같은 삼거리 혹은 장터를 중심으로 한 공간에서 지배권 문화의 권위 표출과 백성들의 체제불만과 저항의 산실로서 역할, 공동체 운영의 경제향유 장소를 이행해 왔던 것이다,
특히 제주의 대표적 광장이었던 관덕정 광장은 조선시대 세종 30년(1448년) 병사들의 훈련장으로 창건됐지만 결국 제주 민초들의 애환이 서린 역사적 상징 장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조선시대 말기에는 학정에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조정을 성토하는 집합장소로, 또한 민란 주동자의 처형장으로 이용된 것이다.
관덕정광장 일대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에는 도청·경찰서·법원 등 행정기관들이 밀집해 들어섰을 뿐만 아니라 제주성내 오일장인 ‘성안장’이 섰던 곳이기도 하다. 1924년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일주도로가 관덕정 광장을 관통하여 개설되면서 그전까지 보여주었던 탐라, 제주의 정신적 상징이었던 관덕정광장은 기억과 역사로만 남을 뿐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현대에 들어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도시 밀집현상이 발생하면서 광장에 대한 수요와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탑동이 매립되면서 문화의 발산과 향유 장소로 조성된 탑동광장을 시작으로 탐라문화광장, 시민복지타운 시청사부지와 맞물린 광장이 문화·집회의 공간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탑동광장은 해변공연장을 중심으로 주로 무대식 공연들이 개최되고 있고, 탐라문화광장에서는 동문시장과 연계된 거리공연과 간단한 문화제들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도내 최대의 공한지인 시민복지타운의 시청사부지와 광장은 축제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각각의 광장들이 행사의 규모나 성격·장소성에 따라 도민들의 활동영역으로 자리 잡는 듯하다.
며칠전 시민복지타운 시청사부지와 그 옆 광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조사를 한 바 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250여일 이상이 행사장으로 활용되면서 2~3일에 1번 꼴로 행사가 개최되고 있었다. 문화행사가 가장 많이 열릴 줄 알았던 탑동광장은 매년 평균 55일 정도 문화행사장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 시민복지타운 시청사부지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최근에 문화행사는 문화예술인들 소수만의 행사가 아닌, 전도민이 향유하는 생활문화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행사 역시 단순히 공연의 위주가 아닌 전시·체험·공연이 융복합적으로 함께 진행되고 있어 행사의 성격상 대규모 공간 요구는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최근 3년간은 시민복지타운 시청사 부지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제주도심에서 이런 공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시민복지타운 시청사광장은 행복주택 부지로 지난 6월 선포됐다. 현재 절차상 사업시행자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신규 사업 타당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부지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는 간과되고 있다.
도민의 요구에 부응한 광장의 가치가 그것이다. 시청사부지 광장은 제주도심에 마지막 보루인 문화향유 장소의 가능성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