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폐막식 앞서 도립미술관서 평가토론회
30일에도 문화예술인들 같은 주제로 ‘비판’


‘제주에서 처음 열린 대형 비엔날레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가’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은 지역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점에 다수가 동의했다. 그럼에도 행사 개최 자체에는 일정한 점수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3일 오후 3시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제주비엔날레 2017 투어리즘 토론회’가 열렸다. 같은 날 제주비엔날레 폐막식을 앞두고 일종의 총평을 듣는 자리였다.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는 “1년도 안 되는 준비 기간에 무리하게 추진할 만큼 당장 비엔날레가 제주에 절실한 문제였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문이 남는다”고 입을 뗐다.
안 대표는 “전시초기엔 작품에 작가이름이 없었고, 비디오 아트 중 일부는 자막이 없는 등 안 그래도 난해한 현대미술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전시가 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한라살롱’ 코너는 제주작가들이 주최 측에 요구해서 만들어진 자리라는 오해가 생길 만큼 작품 배치 등에 말이 많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대적 과제를 예술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번 비엔날레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예술은 절실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며 “부족함보다 개최 자체에 의의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입각해서 본다면 이번 비엔날레에 결여된 부분이 분명 있지만, 너무 완벽한 비엔날레만을 요구한 것은 아닌 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엔날레에 소요된 예산은 탐라문화제, 들불축제, 국제관악제 등 여러 행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형 예산이 투입됐다고 볼 수 없고, 비판이든 칭찬이든 비엔날레를 두고 발설된 담론이 많았다는 점은 오히려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두 번째 비엔날레에서는 미진했던 부분이 차근차근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요배 작가도 “이번 비엔날레는 시작으로서 의미를 가진다”며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강 작가는 “민간의 미술 수용태세가 그리 두껍지 않은 제주에서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국제 비엔날레를 치르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 이번 비엔날레에서 운영 능력의 부족이 나타났다”면서도 “차후에는 제주 비엔날레의 규모, 개성, 예산 등을 세세하게 분석해 더 나은 행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민석 한국미술협회 제주지회장은 제2회 비엔날레를 거론하면서 “다음 행사는 누가 개최할 것인지 조직구성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그 과정을 통해 대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행사에 앞서 지난달 30일 예술공간 이아에서는 미디어제주와 제주미술포럼이 공동 주최한 ‘제주비엔날레 평가와 미래를 위한 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성호 미술평론가, 김장언 미술평론가 겸 독립 큐레이터, 이나연 씨위드 편집장, 황석권 월간미술 수석기자, 안혜경 아트스페이스C 관장, 홍진숙 홍판화공방 대표, 강민석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날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일에 욕심이 많은 김준기 관장의 추진력이 아니었다면 제주비엔날레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미술관 운영을 할 관장을 뽑았더니 운영은 제쳐두고 거대한 사업에 손을 댔다”며 “재임 중 성과를 내기 위해 충분한 논의 없이 밀어붙인 흔적이 역력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예술인들은 비엔날레가 전시 준비, 기획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함이 많은 행사였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3일 총평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제주비엔날레 개최에는 의미를 둬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