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이어 제주에도 다시 ‘AI 확진’
철새·가금류 건강한 생태환경 중요
제주에서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가 다시 터졌다. 지난 19일 전북 고창군을 시작으로 ‘AI확진’이 확산될 우려 속에서 발생함에 따라, 축산 농가를 비롯한 전 국민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제 겨울은 야생조류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시련과 재앙의 계절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철새들이 먹이부족, 탈진 로드킬, 밀렵과 같은 요인으로 부상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철새와 철새도래지에서 AI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철새들과 가금류가 AI로 인해 집단으로 희생될 위험에 놓여 있다.
지난해 겨울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새들이 ‘악마’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2016년 1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AI가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생하면서 닭과 오리의 가금류 3787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 매몰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닭고기야 대체재가 있지만 1월 설명절을 앞두고 제사상 차리는 데 필수품목인 계란 생산이 절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대란’을 막기 위해 외국산 계란을 수입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겨우 AI를 수습하고, 여름철새들이 한참 번식하는 도중에 AI가 또 다시 제주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올 6월5일, 제주의 한 가금류 농가에서 유통된 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H5N8형 고병원성 바이러스인 것으로 판명을 받았다. 제주에선 과거 야생 철새에서 고병원성 AI가 나타난 적은 있지만, 사육 농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AI로 폐사한 오골계는 5월26일 전북 군산의 한 농가에서 분양한 것으로, 제주시의 농가 2곳에 각각 500마리씩 총 1000마리가 들어왔다. 이때 들여온 오골계 일부가 5월 27일 오일 시장에서 판매됐는데, 이튿날 5마리가 모두 죽고 6월2일에는 기르던 토종닭 3마리마저 죽자, 구입자가 바로 AI 의심 신고를 했다. 이후 중앙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AI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수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강력하게 대응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주로 오리와 닭 같은 가금류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그 감염경로가 철새들의 배설물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오해받고 있다. 철새들이 조류 인플루엔자의 주범이라면, 지진이나 핵폭탄만큼이나 큰 재앙으로 전 세계가 AI공포 속에 갇혀 있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지구상의 철새들을 없애지 못하는 이상, 그 어떤 지역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일부 지역에서 철새들에게서 병원성 바이러스가 확인됐지만, 그것이 어떤 원인과 경로에 의해 발생되었는지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철새든 가금류든 건강하지 못한 새들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감염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새들이 깨끗하지 못한 환경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면, 조류 인플루엔자의 공포감은 날로 깊어 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사람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철새와 가금류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으며, 가금류의 사육환경 개선을 비롯해 철새들의 ‘생태 복지’까지도 보다 과학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철새도래지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을 차단하고 건전한 수렵문화 정착, 철새와 철새도래지 그리고 가금류 농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한 정보 네트워크, 가금류의 유통 혁신과 지원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신종 바이러스 공포증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조류 인플루엔자를 두려워하기 전에, 철새와 가금류의 건강한 생태환경을 위해 소홀함이 없었는지를 반성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제주도가 AI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님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민관의 혼연일체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