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바른정당 분당사태에 따른 향후 거취에 대한 질의에 “민심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당적을 옮기기 위해서는 민심이라는 대의명분이 필요로 하는 만큼, 향후 중앙당의 추이와 여론을 지켜보며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원희룡 지사는 17일 제주도의회 제356회 정례회에서 자유한국당 홍경희 의원(비례대표)으로부터 당적 변경과 책임정치에 대한 소신을 묻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홍 의원은 이날 도정질문에서 “원 지사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공천과 당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으로 당선됐지만, 개혁보수·깨끗한 보수를 구현하겠다며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며 “현재 중앙 정가는 그 정당을 만든 주도 세력들이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 타 지역과는 다르게 다수의 도의원과 도지사까지 탈당한 제주 정가는 술렁일 수밖에 없다”며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정치의 구현으로 특정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그 정당 강령 하에 일하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소속된 당을 탈당하는 것은 책임정치를 위배한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향후 원 지사가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에 입당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견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원 지사와 바른정당 소속 도의원들은 함께 행동할 뜻을 밝힌 상황이다. 만약 이들이 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길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선거는 물론 도의원 선거도 당내 공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원 지사의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 지사는 “책임정치는 저를 지지하지 않는 분들과 갓난아기까지 포함한 전체를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당 정치인으로서 당론에 따를 것인지 소신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국민을 따르는 것이 옳다”며 “바른정당이나 한국당에 결론을 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대의에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도지사로서의 행정 책임을 다하는 것도 벅차다. 도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모든 시간을 쏟아 부어도 부족하다”며 “정당정치를 논하는 것은 적당한 시간이 있을 것이다. 홍 의원과도 정치인으로서 도민만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 의논할 기회가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