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하여”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하여”
  • 이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승인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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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숙의민주주의 실현 조례 제정
주민참여 통한 대의민주주의 보완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 조례’가 지난 10월 마지막 날 의회에서 의결되어 공포만을 남겨두고 있다. 본 조례는 올 1월부터 구상하여 6월 전문가 워크숍을 거쳐 준비해왔다. 최근 성공적으로 운영됐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보다 앞서 지역이 선도적으로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보기도 한다.

‘숙의민주주의’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깊게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쉽게 풀이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으나, 찬반 갈등으로 제주사회가 분열되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에 필자는 본 조례의 제정에 맞춰 도의회 5분자유발언을 통해 제2공항 건설에 대한 공론화 시민참여단 운영을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우려와 함께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본 지면을 빌어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의구심에 대한 답변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대의민주주의를 포기하자는 것인가?” 제2공항의 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공론화 시민참여단을 제안한 것에 대해 의원으로서의 책임 회피와 대의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숙의민주주의가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대의민주주의 하에서의 의원의 역할과 상충되는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이 두 체제는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절대 양립할 수 없는 양자택일과 같은 관계는 아니다. 두 관계는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은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각 의원이 행하는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확대하여 실시한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즉 현재의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주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주민발의제 등의 제도를 운용하는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물론 직접민주주의적 요소가 많아질수록 민의를 대변하는 의원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 또한 의원의 해야 할 역할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본다.

둘째, “과도한 비용과 기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 및 시민참여단 운영에 약 3개월, 그리고 약 46억원이 소요됐다. 그 기간과 비용이 적은 것은 절대적으로 아니다.

다만 이렇게 비교해보자. 신고리 5·6호기 건설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기했다면 발생했을 찬성과 반대 측의 여론전 등의 갈등비용은 얼마일 것인가. 우리에게 뼈아픈 기억으로 남은 강정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갈등을 제주사회가 방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10년 전에 알았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비용이라면 손해가 나는 투자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셋째, “주민 참여는 ‘만병통치약’인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모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신공격이나 반박 보다는 객관적인 논거와 입증자료에 근거한 토론 문화와 공론화 결과를 수용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우선 형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단시일 내에 형성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신고리 공론화 과정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어려운 것만은 아닌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수용할 수 있으며,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즉 숙의민주주의 실현은 정책순응도를 분명 높일 것이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하나의 제도가 갖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또 다른 제도의 운영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민주주의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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