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행기관 구성 등 조례로 결정 가능
특별도 제도·경험 자치역량도 충분
지난 10월 26일 제2회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향후 5년간 자치분권 추진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정부의 로드맵은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 아래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목표로 5대 분야 30대 추진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5대 핵심전략은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제 구축 등이 제시됐다.
매우 적절하고 올바른 정책과 판단으로 환영할 만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강력한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지방으로 획기적인 권한을 이양하지 않고는 더 이상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지방분권 강화는 시대적 사명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분권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방분권의 시범도를 추진해 왔던 제주특별자치도의 운명과 미래는 이러한 변화된 정세에서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하는 과제가 던져졌다. 지난 11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특별자치도 시범도로서 한 발 더 나아가느냐, 아니면 그냥 정부 정책에 맞춰 타시도와 차별성 없는 특별자치도로 머무를 것인가 하는 기로에 놓여있다. 한마디로 제주특별자치도의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제주는 2006년 7월 1일 4개 시·군을 폐지하고 2개의 행정시와 광역특별자치도로 하는 행정체계를 도입,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자치분권의 시범도를 추진하면서 6단계까지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4500건이 넘는 권한과 사무를 이양 받았지만, 재정권을 비롯하여 지방분권의 핵심권한은 이양되지 않아 무늬만 특별자치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히려 4개 시·군이 법인격이 없는 2개의 행정시로 되면서 주민의 접근성과 풀뿌리민주주의는 후퇴한 반면 ‘제왕적 지사’라는 용어가 탄생하고 말았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제주의 한계를 인식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을 언급했다.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자치분권과 재정권 이양, 제주도 특색에 맞는 풀뿌리 자치 실현을 위해 주민 참여 확대와 자기 결정권 확보가 필요하다며 제주특별법에 시장직선제·기초자치단체 설치, 읍면동 행정기구 설치·운영 기준 등을 조례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치조직권 특례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도와 도의회는 지금 다수의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와 분권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 시점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행정체제 자기 결정권을 대통령이 공약했고, 위성곤 국회의원이 지난 2월 행정체제 개편 토론회에서 제주특별법 제8조를 개정해 정부의 간섭 없이 제주도민이 결정한 행정체제를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규정 개정을 이야기 한 바 있다.
제주의 헌법적 지위 확보 및 분권 강화와 함께 제주특별법 제8조 지방의회 및 집행기관의 구성의 특례를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가 아니라 제주도민의 주민투표와 도조례에 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특별법 제8조를 ‘원 포인트’ 개정하고 곧바로 연방제 수준의 특별자치도의 그림을 도민과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며 그려나가야 한다. 선진 사례를 포함한 폭넓은 논의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획기적이고 선진적인 행정체제와 행정구역을 도민합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쟁점이 되어 더욱 풍부하고 성숙한 논의가 진행된다면 더욱 좋을 일이다.
제주도민이 기존의 제도와 경험을 살려 연방제 수준의 권한을 줘도 잘 할 수 있는 자치역량이 있음을 정부와 국민들에게 보여주자. 제주특별법 제8조 법률 개정에 정치권과 도민이 모두 함께 매진해 줄 것을 강력히 제안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