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낮 털털거리는 경운기가 동네 마트 앞을 지난다. 밀짚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양팔을 가득 벌려 경운기를 운전하고, 마트 앞 어딘가 무심히 선 나무는 한아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오가는 이들을 잠시 쉬게 한다.
정기 공모를 통해 당선작가의 전시를 지원하고 있는 켄싱턴 제주호텔이 11월 한달간 ‘조천, 길 위에서’를 주제로 고혜령씨의 수채화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명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조천이라는 평범한 마을의 풍경으로 대중의 추억과 공감을 불러내고 있다.
익숙한 빵집의 간판, 낡은 슬레이트 집은 익숙한 동네가 빠르게 변하가는 것에는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고혜령 씨는 ‘제발 그대로 있어라’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기록해갔다.
전시를 기획한 김민희 켄싱턴 제주호텔 큐레이터는 “제주 살기와 여행에 대한 욕구가 팽배해진 요즘, 돌담으로 둘러쌓인 집 사이에 회색 시멘트 건물이 불쑥 생겨나며 이질감을 느낀다는 작가의 말에 많은 대중들이 동의할 것”이라며 “개발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옛 풍경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록을 한다는 것은 세밀한 관찰을 전제로 한다. 관찰은 애정에서 시작된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서 조천읍이라는 특정한 공간을 넘어 오늘도 조금씩 사라져가는 제주 옛 풍경에 대한 아련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고혜령 씨는 사(思)인전 회원으로 제주대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제주대 일반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다. 2016년에는 연갤러리의 제7회 신진청년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문의=064-735-8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