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던 바른정당이 창당 9개월여 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여부를 둘러싼 당내 자강파와 탈당파 간 의견조율이 결렬되면서 당이 반쪽으로 쪼개졌기 때문이다.
김무성 등 9명의 바른정당 의원들은 6일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옛 새누리당 후신인 자유한국당에 합류키로 했다. ‘철새 정치인’이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보수 대통합론’을 내세워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의석수가 20석에서 11석으로 줄어들며 국회 교섭단체 지위를 잃고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제주정치권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 소속 원희룡 도지사와 도의원들이 향후 거취 등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들은 최근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분당 사태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바른정당 제주도당(위원장 고충홍) 내의 의견도 양 갈래로 나뉘고 있다. “보수가 분열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보수 통합에 무게를 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당을 이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존한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원 지사와 대다수의 도의원들이 함께 당적을 옮겼기 때문에 이번에도 같이 행동하자는 데는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거취는 내년 ‘6.13 지방선거’의 판도와 직결된다. 실리보다 명분을 택해 ‘홀로서기’에 나선다면 선거에서 보수 세력 전체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반면에 한국당과 통합할 경우 셈법은 아주 복잡해진다. 선거에서는 강점을 보이겠지만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결코 간단치가 않다. 자유한국당 제주도당이 관망세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결국 제주정치권의 재편은 앞으로 중앙정치권이 어떤 구도로 짜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바른정당에서 추가 탈당이 이뤄지면 제주도당의 입지 역시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국민의당과의 ‘중도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새로운 제3의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 바야흐로 정치인들을 쉬이 잠들지 못하게 하는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