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원선거구 획정위원회(위원장 강창식)가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본격 논의하는 등 ‘선거구 전면 재조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한다.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의원 2명 증원’을 골자로 한 위 의원의 특별법 개정안에 ‘딴지’를 건 것은 다름 아닌 같은 당 소속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었다.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은 “도의원 증원 이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다른 사안을 포함시켜버리면 정치적으로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개정안 처리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강창일 의원(제주시 갑) 또한 “현실적으로 도의원 2명 증원이 가장 손쉬운 대안”이라고 하면서도 “현행 체제(29개 선거구)로 선거를 치른 후 지방분권에 대한 권한을 이양받아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도민 여론조사 결과(도의원 증원)를 무조건 따르겠다고 앞장 섰던 국회의원들이 약속을 번복하고 이제 와서 딴청을 피우고 있는 꼴이다. 그것은 특별법 개정을 ‘당론’으로 관철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김우남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선거구획정위는 “위성곤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지만 말 장난에 불과하다. 일부 정치권이 위 의원의 특별법 개정안을 놓고 ‘면피용’이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획정위의 뒤늦은 선거구재조정 역시 ‘면피용’에 불과할 뿐이다.
더욱이 법이 정한 선거구 조정안 확정 시한은 오는 12월 12일까지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획정위는 이달 말 18차 회의에서 선거구 재조정안을 확정하고, 다음달 초 최종보고서를 제주도지사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거구 전면 재조정은 난제 중의 난제다. 득이 있으면 실이 있게 마련으로, 선거구 조정 결과에 따라 해당 의원이나 지역 간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를 도의회가 전폭적으로 수용해 통과시킬지도 의문이다.
이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명하고도 확실한 중대 현안이었건만 도내 정치권은 애써 외면해왔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 여야를 포함해 제주도나 도의회 등이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제주정치권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갑갑한 현실을 왜 도민들이 마음을 졸이며 지켜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