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돼지열병 청정지역 기준 변경에 관한 공문을 이미 4년 전에 전달받고도 최근까지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30일 브리핑을 통해서도 “농림축산식품부가 OIE 규정 변경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청정지역 해제에 따른 책임을 농식품부로 떠넘긴 것이다.
OIE는 지난 2013년 5월 총회에서 돼지열병을 ‘보고 후 인증대상 질병’에서 ‘평가 후 인증대상 질병’으로 변경키로 의결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4년 총회에서 관련 조항을 개정해 OIE 공식지위 질병에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개정 전 인증되었던 제주를 포함 모든 국가와 지역이 ‘청정지역’에서 자동적으로 해제됐다. OIE는 변경된 새 규정에 의거해 돼지열병 청정지역 신청을 받아 평가심의를 거쳐 2015년부터 청정지역 인증을 다시 시작했다.
제주도의 주장은 OIE에서 농식품부로 돼지열병 규정 변경사항이 통보된 것은 2013년 7월 4일이었다는 것. 또 농식품부가 관계기관에 통보한 것은 7월 22일로, 지자체가 ‘관계기관’에서 제외됨으로써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입장은 도의 주장과 달랐다. OIE에서 통보받기 전인 2013년 6월 12일, 공문(5월 총회에 참석했던 농식품부 관계자들이 총회 결과를 간추린)으로 이미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에 통보했다는 것. <돼지열병 청정화 추진현황 및 발생위험도 평가계획 송부>란 당시 공문명도 밝혔다. 이 공문에는 ‘돼지열병 청정화는 그간 자체 선언으로 가능하였으나, ‘13.5월 총회 의결에 따라 OIE의 평가 후 청정국 인정을 받는 방식으로 변경’이라고 명시돼 있다.
한심하고도 무책임한 ‘네 탓’ 공방 끝에 제주도는 결국 “공문을 전달받은 사실이 있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다만 “관련 내용이 제목에 직접적으로 명기된 것도 아니고 본문 두 줄 정도에 불과했다”며 끝까지 변명하기에 바빴다.
이번 ‘네 탓’ 공방의 책임은 마땅히 제주도가 져야 한다. ‘본문 두 줄 정도’ 운운하며 발뺌하기에만 급급하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관계자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농식품부의 통보가 아니더라도 OIE 총회의 주요 내용은 알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해당부서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촉구한다.